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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바다를 동경하는 누군가의 파편적인 끄적임

by La plage

바다.


나는 바다가 좋다.

단순히 산과 바다 중에 뭐가 좋냐고 묻는 가벼운 질문에 대한 가벼운 답이 아니라, 진심으로 바다가 좋다.

도시에서 생활 중이지만 바다를 떠올리지 않는 시간이 하루 중에 없는 것 같다.


주변에 바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흔히, 파도치는 바다의 모습, 푸르른 바다의 모습 등을 언급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나에게 바다는 그보다는 다양한 모습을 가진다.

바다는 분명 하나임이 분명한데 지역에 따라 크리스털 같이 투명한 물빛을 보이거나 푸른색 혹은 검은 빛을 보이기도 한다. 고요한 밤에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보면, 마냥 평화롭지는 않고 무섭기까지 하다. 나는 파도소리와 함께 매몰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앉아있다 보면 어느새 그 안에 잠식되는 기분을 느끼고는 한다.


나는 바다를 동경한다.

어느 날, 우울한 감정에 어두운 방에 가만히 앉아있다 보니 바다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생자체가 바다와 유사하지 않나 싶었다. 흔히 새가 되고 싶다는 말이 가장 널리 사용되기는 하는데, 나는 새보다는 바다가 되고 싶다. 바다처럼 자유롭고 싶고, 바다처럼 어디든 가고 싶으며, 바다처럼 밝지만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싶다.


어디에나 맞닿아있는 바다이지만 현실을 살다 보면 사실 닿기 어려운 게 또 바다이다.

햇빛에 빛나는 윤슬을 보여주는 바다의 모습만이 전부가 아닌 어두운 바다의 모습도 품고 있는 다채로운 면을 가진 바다가 누군가에겐 희망과 위안의 장소가 되듯이, 나 또한 그러한 바다로부터 위안을 많이 받는다.


삶이 버거울 때 나는 그냥 바다가 되어버리고 싶다.



(2024년 7월 어느 날, 후쿠오카 바다에서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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