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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환 Mar 02. 2022

김민지 Vlive 첼로 리싸이틀

pf.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   금호아트홀

 (2021년도 2월 25일 첼리스트 김민지의 온라인 리싸이틀을 주제로 작성한 간략한 원고입니다. 기회가 없어 공유하지 못하다가 게시하오니 작년의 공연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첼리스트 김민지와 함께한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지난 2월 25일 연예인들과 팬들의 소통의 장이 되는 Vlive 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첼리스트 김민지의 언택트 리싸이틀이 진행되었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호흡을 맞춘 연주였다. 프로그램은 모두 1920년대 이후 현대 작곡가들의 곡들로 이루어졌다.  


  패르트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형제들>, 힌데미트 <첼로 독주를 위한 소나타 op.25-3>, 카사도 <첼로 독주를 위한 모음곡>, 솔리마 <첼로를 위한 얼론>, 히나스테라 <첼로 소나타 op.49> 등의 작품들이었는데, 필자가가 특정 장르와 작품들에 한정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생소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기도 했고 객석 또한 텅텅 비어있어 평소 리싸이틀홀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는 없었다. 하지만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충분히 묵직하되 음 하나하나가 되레 날카롭게 서있는 첼로의 선율과 피아노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에 매료되어 아무러면 상관없게 되어버렸다.  


Vlive 로 진행된 공연 실황

  

  어떤 방식으로든 현장 공연을 경험해본 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곡의 작품성이나 연주자의 기량과는 별개로 1차적으로 듣는 연주와 녹화되어 송출되는 연주는 아주 상이하다. 상이하다 함은 물리적으로 소리의 질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영상으로 연주를 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관객 장악력이 떨어지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이번 온라인 연주회를 보며 흥미로웠던 지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 일단 곡들의 편성(에 대한것)이다. 왜 생소한 곡들의 소개 위주로 프로그램을 편성했을까 의문점이 들었는데, 되돌아 생각해보니 모두에게 익숙한 곡을 굳이 온라인 라이브로 송출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잇달아 들었던 것이다.  


  일반 대중은 현장 공연을 예매할 때 으레 자신에게 사전에 친숙하여, 직접 들으러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공연을 선택하는 경향성이 있다. 클래식 공연같은 경우 평균적으로 7-10만원, 많으면 15-20만원까지 하는 적지않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니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의 공연은 그런 점에서 이점이 존재한다. 연주자와 공연 기획자가 대중심리를 의식하여 온전히 선보이고 싶은 곡, 기획하고 싶은 프로그램에 제약을 받는 상황이 다소 완화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 공연 또한 다채로운 양상을 띄기에 모든 컨텐츠를 무료로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명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은 온라인으로 공연실황과 연주자 인터뷰, 예전의 공연 영상 아카이브 등 다양한 흥미로운 컨텐츠를 전용 "디지털 콘서트홀"상에 공유하면서도 여전히 꽤 비싼 티켓값을 받는다. 어떤 곳에서는 일정 금액을 한번에 결제하고 그 기간 내의 공연을 자유롭게 시청하게 하는 구독제로 운영하기도 한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디지털 콘서트 홀"

  

  다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많은 경우 유료화되지 않아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스트리밍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그런 시국적 이점을 가만하여, 심오하고 철학적이며 대중들에게 있어서 소리의 생소성이 아직은 강하게 다가오는 현대 작품 위주로 울림을 주려는 지략이 아니었는가 하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생각하니 얼추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실제로 연주 도중 예기할 수 없는 선율이 항시 긴장하게 만들었고 고전음악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의 흐름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소리가 아름답되 소리들의 군집이 항상 조화와 아름다움을 이루는 것은 아닌. 여태껏 피해왔던 현대 클래식과의 첫 대면은 썩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코로나 시대의 클래식 공연이 지니는 장점을 극대로 시사한, 다시 말해 연주 자체에 더불어 내용성까지 좋았던 공연이었다. 




마치며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한지 2년, 전세계적으로 공연예술계가 역동하고 있다. 초기에는 속수무책으로 몰락하는듯 보였던 예술계는 시간이 지나며 예술인들의 발빠른 단합과 혁신을 통해 매우 빠른 속도로 일종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추세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베테랑 연주자가 코로나의 벽에 막혀 무대로 올라가는 길이 막힌 신인 아티스트들을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소개시켜주는 모습이 보인다. 각종 예술 관련 매체와 월간지들도 예술계의 활성화에 최대한 헌신하며 일조하고 있다. 


이런 이례적인 현상이 독이 될지, 축복이 될지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모든 발전 앞에는역경과 고난이 있었다는 역사의 진리를 생각해보면, 분명 우리가 기대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한 듯 보인다.   



예술 칼럼니스트 김승환, 2021.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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