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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Mar 01. 2022

"아스타모타"

[영화] 나이트 레이더스(한국 개봉, 2022)



<나이트 레이더스>

- 개봉: 2022.03.03.

- 장르: 스릴러, 미스터리, 드라마, SF

- 국가: 캐나다, 뉴질랜드

- 러닝타임: 101분













※ 이 리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관람 후에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2033년 멀지 않은 미래에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길러질 수 없게 되었다.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명분은 있었다. 그러나 확인할 길은 없었다.

독재 국가를 피해 10년이나 딸 와시즈를 빼앗기지 않고 키워온 나스카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친 와시즈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치료를 위해 결국 아이를 그들에게로 보내게 된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다. 그곳은 아이를 로봇과 같이 만드는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와시즈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다. 드라큘라와 늑대인간의 차이점이 궁금하고, 당장 배고프지만 새소리가 더 궁금한 그런 아이다. 아이들이 호기심이 많고, 감정이 요동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게 만드는 국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하나의 언어, 하나의 국가. 그렇게 주입받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구출되는 것을 우연하게 본 나스카는 그들에게 납치를 당한다. 그리고 구원자로 추대받는다. 그냥 예언이 있었고, 북쪽에서 온 이방인이 구원자라는 그런 말에 구원자가 되었다. 구출된 아이들을 안전하게 데려가는 것, 그게 나스카의 역할이라고 했다. 드론들이 사람을 감시하는 그런 시대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그 땅에 오랫동안 살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들은 실질적인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실제로 제작자 타이카 와이티티는 마오리족의 혈통을 이어받았기도 했고 토착민의 역사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들이 실질적인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느낀 것은 시덥잖은 농담을 하던 아저씨가 악기를 들고 그들의 음악으로 이야기를 전하면서부터였다. 아, 이들은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고 싶은 것이로구나. 이것은 그냥 '구원자'가 나타나서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로구나 하고 말이다.


부족의 사람들은 함께 아이를 키우고, 노래를 부르고, 밥을 먹는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알려주고 보고 만지고 냄새를 맡게 해 준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그 말처럼 모두 최선을 다 한다. 전투 등 다른 교육을 받는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행복한 가는 본인 스스로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빼앗겼다는 기분, 와시즈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새를 부르는 소리 "아스타모타"

실제로 있는 토착민의 언어인지 궁금하긴 했다. 알아낼 길이 없어서 아쉽기도 하고.

구원자는 와시즈였다. 거대한 모기소리는 드론의 소리였다. 사실 이 부분은 조금은 뻔한 서사여서 "와!" 하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도 속은 시원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어쨌든 기계도 자연 만물인 것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이제는 디스토피아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편이다. 이렇게 가까운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 영화는 많지 않았지만 말이다. 특히 기계와 관련된 것은 '로봇'에 국한되었었는데 드론을 가져온 것 또한 신선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의 영화에게 드론이 대규모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스파이더맨:파프롬홈> 정도이지 않았나 싶으면서 '아 와시즈 한 명 있었으면 미스테리오 따위'라는 생각도 더불어 들었다. 


엇 딴 길로 빠졌다...


밤의 습격자는 전쟁을 일삼는 그들이었는지, 그들이 공식적으로 소유하게 된 아이들을 되찾아간 토착민들이었는지, 토착민들의 얼마 남지 않은 숲마저 빼앗으려던 또 그들이었는지 알 길은 없다. 어쩌면 드론을 싸그리 제 편으로 만들어버린 와시즈가 구원자가 아닌 습격자였을지도 모른다.

알게 뭐람. 미래를 알 수 없지만 당분간 숲은 파괴되지 않을 수 있고, 의외로 샤머니즘은 먹히고 토착민들의 음악은 매우 좋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그들의 노래가 흘러나오니 자리를 더 떠날 수 없었다. 마음까지 울리는 소리였다. 땅을 빼앗기고, 나무와 동물을 빼앗기고, 사람마저 빼앗겼던 그 사람들의 마음이 한 껏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주인공다운 목소리였다.


진짜 전쟁이 일어난 이 시점. 이런 영화들은 '그냥 영화'로 보기 어렵다. 우리는 겪었고,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토착민들의 목소리를 과거부터 있어왔고 이어지고 있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한다.


사실 "아스타모타"는 "알이즈웰"과 같은 말은 아닐까?



<이 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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