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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Dec 26. 2020

시골에서의 삶, 농촌, 사라져 가는 것들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


* 이 리뷰는 큰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좋아하는 배우인 김태리, 류준열이 나오기도 하지만 동물권 활동을 열심히 하고 계신 임순례 감독님께서 만드신 작품이라 더욱 기대를 했다. 개봉하자마자 냉큼 보러 갔을 정도였다. 일본 영화인 <카모메 식당> 같은 잔잔한 영화가 한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있어서 좋았다. 아마 원작이 일본 만화였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시골에서 살다가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기 위해서 도시에 살던 혜원이 고향으로 내려와서 살아가는 이야기다. 갈등보다는 계절마다 밥 해 먹고, 놀고,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텃밭 정도이기는 하지만 직접 키운 농작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먹는 것은 시끄러운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로망이다. 깡시골에서 살다가 이렇게 도시 아닌 도시에서 살고 있는 나와 오버랩되기도 했다.


나는 시골을 참 좋아한다. 농촌과 어촌을 꼽자면 농촌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서울에서 살라고 하면 아직도 좀 무섭다. 일 때문에 출근 시간에 서울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도시의 모습과 지하철의 모습은 나에게 서울에 대한 공포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차도 우글우글 사람도 우글우글하고, 밀려서 걸어가야만 하는 상황은 멘붕이었다. 그리고 밤이면 세상 조용한 시골과 달리 시끌시끌한 도시에 나는 아직도 적응하지 못했다.

우리 집은 시골에서 여전히 농사를 짓고 있다. 내가 업어 키우던 7살 터울의 동생과 나는 자라면서 <리틀 포레스트>에 나온 농사를 대부분 짓거나 도와봤고, 흙바닥을 뒹굴면서 자랐다. TV도 잘 안 나왔기 때문에 해가 질 때까지 밖에서 노는 것이 너무 당연했고, 오락기도 없어서 온갖 놀이를 창조해냈다. 이러한 경험들은 우리의 삶에 참 많은 영향을 끼쳤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농촌의 인구는 대체로 적은 편이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1학년 때는 국민학교였는데 2학년 때부터 초등학교) 5학년 때 폐교가 되었다. 폐교 당시 유치원생을 포함해서 전교생이 18명이었다. 친구가 많은 학교로 보내고 싶었던 부모님들은 폐교에 동의했다. 큰 학교인 본교로 옮기고 나서의 적응은 쉽지 않았다. 등교하려면 스쿨버스를 타고 다녀야만 했고, 빨라진 등교시간 덕분에 부모님은 새벽에 일을 하기 어려워졌다. 스쿨버스를 놓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데려다주셔야만 했다. 우리는 등굣길에서 늘 만나던 숲, 저수지, 풀, 곤충 대신 아스팔트와 도로를 만나야만 했다. 작은 학교의 폐교가 한 마을의 아침 풍경을 바꿔놓은 것이다. 벌써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작은 학교에 대한 폐교 여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사실 농촌과 환경은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 넓은 땅덩어리지만 좁은 수도권에 복작복작하게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수도권에 전기 같은 에너지가 한꺼번에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럼 그 필요한 전기는 지방에서 생성해서 보내게 된다. 이때 전기를 만들기 위한 발전소는 사람이 적은 농촌 같은 곳에 주로 만들게 되고, 환경에는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발전소 자체도 문제지만 전기를 이동시키기 위한 송전탑이 많아지는 것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이런 문제는 농촌의 인구가 줄어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시골의 장점은 조용하고, 공기도 좋고, 마실물도 깨끗하다는 것인데 공기도 나빠지도 물도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래된 이야기지만 이제는 농업으로는 먹고살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게 자리 잡아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정책이 농업을 소외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지역의 불균형도 야기시킨다. 농촌은 사람을 끌어모으기 위해 개발을 하고, 도시는 많아지는 사람들 때문에 개발을 한다. 환경 측면에서는 서글픈 악순환이다. 

유전자변형식품(GMO)과 수입 농산물도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줄이는데 한 몫하고 있다. 국내산 농산물보다 저렴한 까닭에 소비가 많이 늘어나게 되면서 국내산은 그만큼 소비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심지어 유전자변형식품은 인체 유해성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논란이 있다.

그리고 논과 밭은 이산화탄소 흡수와 관련해서 소생물권으로서 알게 모르게 굉장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으로 먹고살기 힘드니 농지에 태양광을 건설하여 돈 벌어보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과거 광고는 농민들을 '돈만 아는 사람들'로 치부하는 것 같았다. 정부에서 하는 광고가 그런 정도였으니 농업과 관련된 정책이 제대로 나올 수 없었던 것은 너무 당연했고, 생태계가 고려되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


옛말에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업은 하늘 아랫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고 했다. 수렵 사회가 아닌 이상 우리가 먹고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농업인 것은 변함이 없다. 다행히 요즘은 토종씨앗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도 있고, 농촌에 대한 관심도 조금 높아졌다. 조금 높아진 것이지 실상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벌이'에만 집중이 되어 있다 보니 귀농·귀촌을 활용해서 악용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식량 전쟁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아마도 식량 전쟁? 그렇다면 이렇게 수입에 의존해도 되는 걸까?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환경의 오염과 식량의 부족으로 지구를 떠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가 농촌을 지키고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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