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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토로 Mar 25. 2021

했어야 하는 일

샘플 4-3

샘플4가 전화를 했다. 자신에게 입금된 돈이 무엇이냐면서 다그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급되기로 예정되었던 돈이었다.


나는 설명했다. 지급하기로 회의에서 통과되었고 예정된 돈이었기 때문에 받기 싫으시다고 그냥 안 받으시는 것은 맞지 않으며, 나는 지급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후원을 하시는 방법이 있지만 그것 역시 회의에서 논의하고 다른 방식을 찾으셔야 한다고 말이다.


그녀는 무조건 자신이 맞다고 했다. 자신의 활동기간이 짧기에 안 받는 것이 맞으며 왜 돈을 보내기 전에 본인에게 말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활동 기간이 짧은 것 역시 감안하여 결정된 비용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본인이 그것을 뒤집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 내용은 최고 결정 권한이 있는 회의에서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는 본인의 역할이 그렇게 주어졌기 때문에 주장을 할 수 있는 것이었지 다른 사람이 그 역할을 했다면 그것은 월권이고, 갑질이 되었을 것인데 말이다.

그리고 나는 집행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나의 상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규정은 돈을 사용할 때마다 그녀에게 보고하게 되어 있지 않다. 그렇게 해서는 일이 진행되지도 않는다. 샘플4는 내가 하고 있는 실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도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았느냐는 그 이야기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제 상관이세요?"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싸움으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샘플4는 계속해서 다시 통장에 돈을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원칙 어쩌고 하면서 원칙을 뒤집는 것은 매번 그녀가 한다. 나는 우선 가지고 있고, 다음 회의에서 그 사항을 결정하자고 말했다. 이 일은 그렇게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공동장인 T에게 현재 상황을 전달했다. 다행히 T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다음 회의에 내가 참석하지 못하니 T에게 이 문제를 잘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회의에서는 아니었지만 샘플4와 T가 만나는 다른 자리가 있었고, T는 내가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그녀에게 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말을 수긍했다.


그 타이밍에서 나는 화가 나야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녀는 본인이 나의 상급자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본인의 아래에 있는 사람이 말하는 것은 건방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장은 사무처를 맡은 사람에게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T는 본인과 같은 공동장이었기 때문에 그의 말은 수긍해도 되는 것이고, 내 말은 아닌 것이다. 늘 평등문화를 외치던 그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회의감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문제없이 해결되었기 대문에 그냥 넘어갔다. 그렇게 몸에 사리를 하나 더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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