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토로 Apr 22. 2021

꼭 앨리스라고 해야만 했냐!

앨리스:원더랜드에서 온 소년(2015)


* 스포일러가 다분하니, 영화를 보실 분들은 보지 마세요. 꼭!

** 역시, 추천하는 글이 아닙니다.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앨리스:원더랜드에서 온 소년>을 보게 되었다. 그냥 시사회는 아니고, 이 영화가 강원도 올로케라 강원 특별 시사회를 진행했다. 혹평했던 <좀비스쿨>과 같았다. 원래는 감독님이 오시기로 했는데, 못 오셔서 자필의 편지를 제작사 대표님이 대독 하셨다.

많은 분들이 홍종현 배우, 정소민 배우를 보고 싶어서 온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나는 정연주 배우님이 궁금해서 갔다. SNL의 정연주 배우님의 능청 능청한 연기가 워낙 내 스타일이었다. 정극을 하는 그 연기가 보고 싶었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추려서 이야기하면 귀신에 시달리던 어느 소녀, 아니 여성이 고모의 친구인 무당(무녀)의 말을 듣고 어느 원더랜드라는 펜션에서 묵으며 벌어지는 호러? 스릴러? 로맨스? 뭐 그런 거다. 이 영화에서 정연주 배우님 연기 다음으로 궁금했던 건 원더랜드와 소년의 조합이었다. (편견이긴 하지만) 앨리스 하면 당연히 '소녀'가 생각나기 마련인데 소년이라니, 신박한데 싶었다. 

영화 진행의 초반부터 '소년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해라~' 하면서 진행된다. 근데 이를 어쩌나.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알아도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그래서 이 영화가 좀 불편했다. 아마 이 불편한 이유가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


배가 다른 남매라고 해도 남매는 남매인 것을 무엇 때문에 넣었는지 알 수 없는 합방 장면이 심으로 불편했다. 가벼운 입맞춤 정도야 그래,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겠지만 아무리 귀신이라도 남매간의 성행위라니 불편했다. 1살의 아이가 가지는 순수한 사랑(누나에 대한 애정)을 정말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까? 귀신과의 합방, 귀접이라고 하는 행위는 귀신이 인간의 기를 빼앗아가는 행위 아닌가?

그것도 그렇지만 '왜?'라는 것이 너무 결여되어 있었다. 물론 영화가 모든 것을 다 알려주면 재미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적당해야지 싶다. 아이가 누나를 사랑하게 된 계기도 아주아주 많이 부족하다. 누나가 아이를 해치게 되었던 이유도 너무 간단해서 비극이긴 하지만 비극이 극대화되진 않았다. 왜 그 가족이 그토록 정이 없게 되었던 건지도 안 나오고 여하튼 너무 심하게 함축하고 줄였다. 영화가 시는 아니지 않은데 말이다. 

무녀(이승연 배우)가 말한 확실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대상을 잊으면 어쩌구 이랬다. 그런데 혜중(정소민 배우)은 애초에 환(홍종현 배우)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건데 어떻게 잊는 것이 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뭐 그래도 이건 '목숨이 죽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잊혀져서 죽는다'라는 원피스의 명대사와 같은 말을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이해가 가지 않은 건, 아이의 엄마인 수련(정연주 배우)의 바람이었다. 환을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을 죽인 것은 수련 본인인데 수련은 아이가 귀신으로도 영영 살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혜중을 죽여야 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 게 "너 때문에 죽어"라고 하며 분노만 내뱉었기 때문이다. 아이 이게 뭐야.

심지어 결말에는 죽은 사람인 환이 성인인 실물 인간이 되어서 나타났다. 그럼 둘이 연애할 거야? 남매인데?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면, 나는 위안부로 누드를 찍은 이승연님이 그 당시 계속 불편하다) 




너무 불평만 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도 좋았던 것을 꼽자면 영상미.

청태산휴양림이 원래 좀, 아니 많이 좋은 덕분에 정말 예쁘게 잘 찍혔다. 잘 찍어주신 거겠지? 숲도 예쁘게 나왔고, 꽃잎이 날리는 것, 펜션, 다 색감이 예뻤다.


이렇게 잠깐 칭찬하고 한 두 발 양보해서 좋다고 친다. 강원도 올로케인 것도 좋고, 정연주님 나오는 것도 좋고, 예쁜 영상과 색감도 좋은데, 내게 이 스토리는 영 안 맞았다.

혹시 원더랜드와 네버랜드를 헷갈려서 원더랜드라고 한 건 아니었을까 싶다가도 그러면 그냥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이라고만 하지 왜 '앨리스'를 붙인 건가 역시 헛갈린 게 아니었구나 하며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세계로 간 여자 주인공 때문에 앨리스라고 한 건가? 그렇다면 조금 이해를 해볼 수 있겠다. 

여튼 그렇다. 이 영화를 보기 1년 전쯤 보았던 <좀비스쿨>이 생각나면서 몹시 안타까워졌다. 그래도 배우진들이 괜찮아서 볼 사람들은 좀 보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아, 그래도 연기에 점수를 주자면 중간 점수만큼 줄 수 있을 듯하다. 역할이 그래서 그냥 묻어갔지만 홍종현님은 연기 연습이 엄청 필요해 보였다. 지금은 괜찮지만 그 당시 정소민님의 연기도 그다지였다. 아마 정연주님과 비교되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강원도에서 지원했던 영화 중에 <조난자들> 같은 영화는 괜찮았는데 연달은 <좀비스쿨>과 <앨리스:원더랜드에서 온 소년>은 정말 안타까웠다. 영화를 선택하는 실무진에서 시나리오를 보는 능력을 늘리던지, 좋은 시나리오를 찾아서 로케를 제안하던지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끝.

작가의 이전글 부산행 이전에 이런좀비 영화가있었다(혹평 주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