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가 오늘 학교에서 숲 체험이 있었단다. 하교를 하자마자 엄마에게 보여줄게 많다고 하며 한껏 들떠 나를 산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숲 체험을 해준다. 개나리 안에 숨어있는 하트를 보여준다.
"엄마 이건 내 마음이야." 하며 환하게 웃는다.
"엄마 저기 저 진달래 따줘. 그리고 암술 수술을 다 떼내 그리고 먹어봐."
"맛있지?"
"아니. 써! 못 먹겠는데 이게 맛있다고? 쓴데?"
덕분에 진달래도 먹어본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엄마의 표정과 반응을 살피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 모습이 귀여워 괜스레 쓰다고 장난도 쳐본다.열심히 듣고 와서 작은 입으로 쫑알쫑알 엄마에게 설명한다.
"엄마 이건 쇠뜨기야. 조립이 되는 풀이야~"
하면서 블록같이 붙었다 뗐다 하며 보여준다.
리라가 해준 숲 체험의 대미는 자연 매니큐어!
"엄마 이제 마지막이야. 아! 여기 있다."
리라가 샛노란 꽃이 너무 귀여운 애기똥풀을 꺾는다.
"엄마 손 줘봐~ 이게 이게 자연 매니큐어야~"
하며 내 손톱에 칠하기 시작한다. 꺾어진 줄기에서 샛노란 진액이 흘러나왔다.
예쁘다. 그런데 내 손은 안 예쁘다.
리라가 덕에 오랜만에 내 손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렇게 생겼구나. 못생긴 것은 알았지만 오늘따라 유독 더 못생겨 보인다. 작고 까맣고 짧고 마디는 굵고 농사일을 많이 한 손같이 거칠어 보였다. 햇볕이 매우 따사로운 데다가 리라손에 가려 그림자까지 생기니 더 대비되어 극적으로 보였다. 순간 늙어빠진 앙상한 나뭇가지 같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