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하교 후 딸(이하 리라)이 조용히 초집중 독서 중이다. 오전에 도서관에서 대출도서를 반납하고 나오는 길에 어린이실 도서반납대에 올라가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을 3권 을 발견했다. 만화이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여 잠시 대출 여부를 고민하다가 대출을 했다. 그리고 좋아할지 어떨지 몰라서 한 권만 거실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리라야, 엄마가 리라한테 오늘 선물 있지"
"뭔데?"
"도서관에서 책 빌려왔어,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로 된 거"
"정말? 어디 있어?"
"거실 테이블에 있지"
"우아 진짜네? 재미있겠다"
바로 책을 보기 시작한다. 비록 학습만화지만 만화를 너무 즐겨서 보기에 좀 줄이게 할 요량으로 빌려온 책이다. 만화책을 권하지 않는 엄마가 뜻밖에 먼저 빌려온 만화책이니 리라에게는 큰 선물이다. 리라와 같이 집에 있는 시간이 이렇게 조용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하교 후 계속 쫑알쫑알 쫓아다니며 이야기하거나 뭔가 같이 하자고 하는데 조용하게 한 공간에 있으니 여유 있어 좋다. 오래간만에 정성 들여 간식을 만들어본다. 감자를 굽고 으깨서 안에 체더치즈 고다치즈 두 가지를 넣고 치즈 감아 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치즈를 다시 한번 올려 오븐에 구우니 맛있다! 리라 덕분에 나도 오래간만에 맛있는 간식을 먹는다.
소파에 앉아서 책 보는 모습이 귀여워서 작업실에 들어가려는 맘을 내려두고 오래간만에 나란히 앉아 책을 보고 싶어 졌다. 잔잔한 재즈곡이 흘러나온다. 때 이른 더위에 집안 곳곳의 창문을 모두 열어져 치니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따사롭게 햇볕이 들어오는 창가에 나란히 앉아 책을 보는 기분이 꽤 좋다. 리라는 아이스 도라지차 나는 아이스 그린 레몬 애플티를 마시며 더위도 식혀본다.
오후 5시, 리라는 치즈 감자 볼 이 맛있다고 많이 먹었고 배가 아프다며 결국 피아노 학원을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