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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조성 강사 라라 Aug 02. 2024

좋아하는 일을 꼭 잘하기까지 해야 할까?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것에 대한 고찰


며칠 전 출판사 대표님의 소개로 <성장읽기> 유튜버와 내 책에 대한 인터뷰 촬영을 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

'좋아하는 일을 해야 돈도 벌고 행복할 수 있을까?'


창조성에 대해 얘기하다 보니, 좋아하는 일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을 받게 되었다.

질문에 답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두 가지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1.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삶의 만족감을 높일 것인가?

2. 내가 좋아하는 일로 세상과 교류하며 수익까지 만들 것인가?




고양이 별이와 옥상에서 햇빛을 쬐는 일,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내 내면을 탐구하고 방향성을 찾는 일,

식물을 가꾸고 맨발로 숲을 걷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일상에서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로 채울 때 나는 내 삶이 꽤나 만족스럽다고 느낀다.

이 일들은 굳이 잘할 필요도 없고,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고, 누군가와 공유할 것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이것은 모두 1번 -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영역이다.


1번 영역에서의 글쓰기는 잘 쓰든 못쓰든 중요하지 않다. 그냥 글을 쓰면 된다. 쓰는 것 자체가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내가 쓴 글로 세상과 교류하고 싶다면 사람들과 공유될 수 있는 형태로 다듬어져야 한다.

문장을 쉽고 간결하게 써야 하고,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야 하고, 감동이든 유익이든 재미든 무언가 줄 수 있어야 한다. 즉, 좋아하는 일을 잘 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거기서 수익까지 만들려면 좀 더 빡센 과정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내 글을 돈 주고 읽을 이유를 분명히 만들어야 하고,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게 설득해야 하며, 내 글을 계속 구매하도록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글쓰기 능력 자체도 더 잘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 하면서,

그 외 브랜딩, 마케팅, 1인기업에 관련한 공부도 병행해야 한다.




나의 경험상,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방식은 전반적으로 삶의 질을 높여준다.

내 잠재된 재능을 계속 발견하고 더 훈련하면서 나 자신이 성장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로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하는 것도 매우 보람되고,

내 정체성대로 살아가는 것도 행복하고,

무엇보다 남이 시키는 일을 오직 돈 때문에 영혼 없이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에게는) 차라리 영혼 없이 직장을 다니는 게 낫다고 생각할 만큼 힘들다.


1. 일단 내 재능으로 수익을 만들 만큼 내 재능에 확신이 있든, 타인의 검증을 받든... 아무튼 가능성 수준의 재능을 상품화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 그리고, (의외로 많은 사람이 놓치는 것 같은데) 24시간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노하우를 익히는 것도 힘들다.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점검해 가며 성과를 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일과 휴식의 균형, 몸의 건강까지 챙기며 일상잘 가꾸려 버둥대다 보면 '그냥 출근하면 시키는  하고 퇴근하면 쉴 수 있음 좋겠다'는 절규가 절로 나온다.


3. 게다가 나 자신을 상품화하는 브랜딩 과정, 그 상품을 자신 있게 판매하는 마케팅 과정은 나에게는 극악한 고난도의 미션이었다. 정말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용기 내지 못할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려고 하다 보면, 좋아하는 일을 계속 좋아하기 어렵다. 

내가 어릴 때는 아무도 안 시켜도 작곡하고 피아노를 쳤지만,

예술이 업이 된 이후로는 작곡은 입금이 되어야, 피아노 연습은 공연이 잡혀야 하게 돼서 슬퍼진 것처럼.

(즉, 저절로 즐거워서 나도 모르게 하는 그런 낭만적인 아름다움은 먹고사는 영역에서는 더 이상 없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왜 이렇게 힘들지?'
'나는 이 일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나?
'이 일은 아닌 것 같아. 다른 좋아하는 일을 찾아봐야겠어.'


좋아하는 일만 하며 먹고사는 행복한 삶을 꿈꾸며 도전했던 이들이 이런 혼란에 빠지게 되는 이유가.

1번 영역의 창조적 경험을 기대하며 2번 영역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1번 영역에서의 창조성은 '내 내면이 즐거워하는 일을 하는 만족감', 즉 일상적인 삶에 윤기를 더하는 것이다.

2번 영역에서의 창조성은 마냥 즐겁지도 않고, 내가 두려워하는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무수히 실패하며 성장해 가는 영웅 여정이다. 그 과정은 마냥 자연스럽고 즐겁고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무겁고 두려운 현실을 '놀이'로 만드는 의도적인 노력(이라고 쓰지만 사실은 엄청난 수행)이 필요하다.

(뭐 굳이 덧붙이자면, 1번 영역의 창조성을 가지고 2번 영역의 성과를 이루는 사람도 종종 있긴 하다. 그냥 좋아하는 일에 꽂혀 겁나 몰입해서 놀다가 성공까지 하는 경우인데, 대부분은 그리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1번 영역에서의 창조성만 깨워내도 우리는 무거운 삶을 훨씬 더 가볍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하지만, 내 안의 잠재된 고유한 재능을 꺼내서 세상을 이롭게 하며 먹고 살기까지 하고 싶다면,

그 과정은 상당한 인내심과, 용기와, 노력과, 분명한 목적의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반드시 잘하기도 해야 한다.


그러니.

'좋아하는 일만 하며 돈도 벌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환상은 확실히 버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갖고 태어난 소중한 재능을 꺼내고 훈련해서 타인을 이롭게 하는 삶은. 힘들지만 참 아름다우니까.

내 재능을 무기로 사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더 쉽고 편하게 삶을 사는 방법이긴 하니까.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려고 버둥대는 도전의 시간이 그 무엇보다 확실한 자기 계발과 자아실현의 길이니까.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 버는 것은.

'어라! 좋아하는 거 하면서 잘 놀았는데 돈까지 생기네!' 하는 기쁨이 있으니까.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려 고군분투하고 있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존경하는 마음과 응원과 사랑을 보낸다.



덧붙임 : 내 안의 창조성을 깨워서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모든 과정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책이 필요하다면... <비유어셀프>를 읽으시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813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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