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와의 교감 이야기 2
- 1편에 이어서 계속 -
Q2. 첫째 강아지 얀이가 2년 전 떠난 후로, 별이가 부쩍 제 옆에 있으려 하고 저를 따라다녀요. 혹시 죽음을 처음 경험하면서 충격을 받은 건 아닌지 궁금해요.
다람 : 얀이가 떠난 후로 얀이 대신 엄마를 더 많이 따르는 것 같은데 정말 그래?
별 : 아니~ 엄마가 착각했어.
엄마 기억나? 얀이 죽고 나서 엄마 엄청 슬퍼하고 힘들어했잖아. 그래서 내가 엄마 옆에 있어준 거지. 강이가 날 지켜줬던 것처럼. 내가 엄마 옆에서 있다가 엄마가 나 쳐다보면 ‘엥~’ 이러면서 같이 쳐다봐주고, 엄마가 혼자 있으면 쓸쓸하고 슬퍼할까 봐 내가 더 옆에 있어주고 그런 거지. 내가 원래 독립적이었는데, 얀이 없으니까 내가 엄마 쫓아다니고 그런 것처럼 보였어? 정말 야무지게 착각했네~
내가 엄청 배려심이 넘치는, 엄청 멋진 다 큰 어른 고양이로서 마음이 엄청 성숙했는데, 엄마는 그걸 한 개도 몰랐네? 엄마는 내가 어리광쟁이가 됐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심지어 내가 막 어리광 부리지도 않았거든!
나 : 아...ㅋㅋㅋ 내가 별이를 너무 애기라고 생각했네. 얀이가 떠나서 충격을 받았을 줄 알았어.
별 : 충격은 엄마 니가 제일 많이 받았지.
나 : 얀이 떠나고 별이는 슬프지 않았어?
별 : (한참 생각하다) 근데 얀이가 우리한테 슬퍼해달라고 안 했잖아. 우리가 슬퍼하길 얀이가 바란 것도 아니고...
얀이랑 있는 거 좋았지. 얀이 존재감 있고, 얀이 약간 고소한 냄새나고... 그러다가 나중엔 좀 할배 냄새나고.... 얀이 따뜻하고... 얀이한테 뒹굴 거리기 좋고....
근데 얀이가 죽었다고 우리가 막 우울해야 하고 그런 건 아니잖아. 왜냐면 얀이랑 같이 있어서 좋았고, 행복했던 거지. 근데 얀이가 없다고 우리가 안행복해야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동물들은 사람보다 죽음에 대해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별이는 어리니까 힘들었을 줄 았았다...)
나 : 엄마는 별이가 죽음을 처음 맞아서 충격을 받았을 줄 알았어.
별 : 엄마는 정말 별 생각을 다하는구나? 어우~ 그것도 안 맞는 생각을 막 했네. 엄마 맨날 공부하면서 그런 것도 몰라?
근데 사실 내가 이제 얀이랑 못 노니까 엄마한테 치근덕거린 것도 있어.
나 : 그건 맞지?
별 : 응. 강이는 이제 쉬게 해줘야 하니까. 강이는 내 그루밍 셔틀이란 말야.
나 : 그루밍 셔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람 : 어릴 때는 혼자 잘 놀고 독립적이었는데...(뒤에 질문이 있는데 말 자르고 단호하게)
별 : 아냐!
다람: 아니야?
별 : 그 때는 강이가 날 먼저 돌봐줬고, 그때는 혼자 아무거나 하고 놀아도 재밌으니까 아무거나 놀며 다녔던 거지.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구석에 구멍에도 들어가 보고, 이것도 뜯고, 저것도 뜯고, 발로 차고 뒹굴고, 혼자 뛰어다니고.... 그땐 그게 재밌었던 거구, 이제는 그런데 재미없으니까 다른 재밌는 거 찾느라고 엄마한테 찝쩍거리는 거지.
엄마는 하나도 몰라! 엄마는 날 어떻게 키웠냐! 하긴 엄마는 날 안 키웠지. 엄마는 그냥 밥 주고, 예뻐하고, 칭찬해주고, 내 팬이 된 것처럼 굴었지.
다람 : 그럼 누가 널 키웠어?
별 : 강이랑 얀이가 날 키우지 않았을까? 힘든 건 얀이가 다해줬고, 귀찮은 건 강이가 많이 했지. 둘이 고생했지 엄마는 고생한 게 없네.
나 : 너 애기 때 나 자는데 2시간마다 깨우고, 새벽에 우다다 하고, 내 머리 잡아 뜯고, 내 다리 물어뜯고, 얼굴 할퀴고.... 6개월을 잠 못 자면서 키웠는데, 엄마 맘을 너무 모르네... (진심 서운 & 억울)
별 : 엄마도 지금 내 맘 몰랐잖아! 엄마가 지금 훌쩍거릴 때야?
이만큼 키우고, 맨날 얼굴 볼 때마다 예쁘다고 하고 그러면, 내가 왜 그런지 정도는 엄마가 딱 알았어야지, 왜 그것도 모르냐? 엄마는 헛똑똑이야. 지금 보니까 엄마 한 개도 안 똑똑하네. 공부는 왜 하냐? 엄마 안 똑똑해서 공부하는 거지?
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ㅋㅋㅋ그래 엄마 안 똑똑해. 그러니까 공부하게 책 좀 가리지 마 ㅋㅋㅋ
별 : 이미 안 똑똑한데 그런 거 본다고 달라지겠냐? 맨날 봐도 이거밖에 안되는데? 아~ 정말~ 진짜.... 아~ 정말....
나 : 그럼 아빠보다 엄마를 더 좋아해서 엄마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엄마가 만만해서구나?
별 : 아빠는 좀 피곤해. (아빠 몸에 피로감이 잘 쌓이는 에너지를 느낀다고 함) 아빠 옆에서 쉬면 뻑적지근하고 찌뿌둥하고 피곤해.
나 : 난 나를 좋아해서 나를 따라다니는 줄 알았지...
별 : 엄마 당연히 좋아하니까 엄마 옆에 있지. 하여간 엄마는 그냥 하나만 아나 봐. 엄마가 싫은데 뭐하러 엄마 옆에서 자고 그러겠어?
나 : 난 니가 나를 엄청 좋아해서 옆에 있는 줄 알았지...
별 : 엄청 좋아해.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말투는 계속 깐죽대는 반항아 스타일)
나 : ㅋㅋㅋ너 계속 깐죽깐죽대고 엄마 놀릴거야?
별 : 내가 언제 깐죽대고 놀렸어. 그냥 할 말 한 거지. 이게 원래 내 성격이잖아.
나 : 그러게... 내가 몰랐다...
별 : (세상 짜증짜증스럽게) 왜 자꾸 몰랐대? 맨날 보면서~~~~~~!!!
Q3. 먹고 있는 간식은 괜찮은지, 밥 먹는 환경이나 사료는 괜찮은지 궁금해요.
다람 : 간식은 추르 한 가지만 먹는데, 혹시 새로운 간식 먹고 싶지 않아?
별 : 뭐 별로...
다람 : 똑같은 거 먹는 게 질리진 않아?
별 : 질리면 안 먹었겠지.
난 싫은 건 안 해. 먹기 싫다? 그럼 안 먹어. 먹고 싶다? 그럼 달라 그래. 나도 입이 있고 발이 있거든. 나도 다 표현할 줄 알아.
다람 : 너 지금 짜증나서 말 이렇게 또랑또랑하게 하는 거야? (말투가 아까부터 상당히 또랑또랑함)
별 : 그래. 안 그러면 계속 말시킬꺼잖아. 여러 번 귀찮게 하지 말고, 내가 다 말해줄 테니까 듣고 썩 꺼져! (실제로 별이가 나를 째려보고 있었음)
언니 너는 왜 그렇게 쓸데없이 인내심이 있고, 사람이 끈질기니? 넌 할 일도 없니?
나, 다람 : ㅋㅋㅋㅋㅋㅋㅋ
별 : 간식은 그냥 주던 거 주고, 만약 줄 거면 추르 종류로 줘.
근데 건강식으로 나온 건 별로야. 짜고, 자극적이고, 향신료 팍! MSG 팍! 이런 게 너무 좋아. 그런 게 내 영혼을 춤추게 해. 그래서 먹을 때도 꼬리를 살랑~ 살랑~ 하면서, 귀도 살짝 제끼고, 엄청 몰입해서 먹는다구. 난 이렇게 온몸으로 다 표현을 한다구.
다람 : 지금 먹는 사료들은 괜찮아?
별 : 맛있어. 왜냐면 나는 맛이 없잖아? 안 먹어.
나 : 별이 지금까지 사료 안 먹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별이 식성 좋구나.
별 : 아니~~~ 왜 식성 좋다는 말이 나와? 내 말을 들어봐. 내가 맛이 없으면 안 먹어. 간식은 내가 안 먹는 거 많잖아. 이상한 비린내 나는 거 주면 안 먹잖아. 근데 사료는 계속 먹잖아.
엄마는 생각을 좀 하고 말을 해. 맛이 있으니까 먹는다는 뜻이지, 왜 내가 식성이 좋대! 나는 식성 보통이야! 한 번에 먹을 때 많이 안 먹잖아.
엄만 그리고 바보야. 엄만 암튼 바보야. 아휴 정말. 엄만 오늘 나랑 괜히 얘기해서 엄마 바보인 것만 다 들켰어. 이제 내가 가끔 엄마 한심하게 쳐다봐도 엄마는 어쩔 수 없어. 엄마가 초래한 결과야.
나 : ㅋㅋㅋㅋ그런데 별이 엄마가 원래 바보인 거 몰랐어?
별 : 이 정도인 줄은 몰랐지! 나를 왜 이렇게 쪼끔밖에 이해를 못하고 있었어? 내가 이따가 엄마한테 질문할 거야. 대답 못하면 나의 엄청난 실망을 받을 준비를 해.
나 :ㅋㅋㅋㅋㅋ알겠어.
다람 : 강이랑 밥그릇 물그릇 같이 쓰는 거 괜찮아?
별 : 같이 쓰는 거 상관없는데? 뭐 어때. 화장실도 같이 쓰는데. 난 불편할 게 없어. 강이가 불편하겠지.
Q4. 검정색 새끼고양이를 조만간 입양하려고 하는데, 별이가 괜찮을지 궁금해요.
나 : 동생을 데려올까 하는데...
별 : 안돼. 나 죽고 나면 데려와. 나 죽고나면 강이한테 또 키우라고 그래. 난 싫어.
나 : 같이 뛰어놀고 숨바꼭질하면 재밌잖아? (사실은 내가 뛰어다니기 힘들어서...)
별 : 아니. 엄마가 계속 뛰어.
나 : 엄마랑 노는거 재미없지 않아? (엄마 뛰는거 힘들...ㅠㅠ)
별 : 아니.
나 : 까만.... 새까만 동생... (이 고등어놈아! 내 오랜 로망은 올검 고양이라구...ㅠㅠ)
별 : 아니.
나 : 동생 안돌봐도 되잖아. 그냥 같이 놀면...
별 : 아니.
나 : 친구 안필요해?
별 : 아니.
나 : 심심하지 않아?
별 : 아니.
(세상 단호박이네..... 올검 여아를 입양하고팠던 나의 오랜 꿈이 물거품이...ㅠㅠ)
- 3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