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저널리스트 애니 머피 폴은 자신의 저서 <익스텐드 마인드>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우리의 몸과 뇌는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잘 기능하도록 진화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연에 노출되면 20~60초 사이에 심장 박동수가 느려지고, 혈압은 떨어지고, 호흡은 더 규칙적으로 자리 잡고, 뇌 활동은 더 편안해진다.... 자연은 우리의 정신력을 독차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의 기분을 고양시키고 생각을 전환해 준다. 그러한 긍정적인 감정 상태가 되면 우리는 더 폭넓고 열린 마음가짐으로 사고하게 된다. 정신적 여유 공간이 생기면 활발하게 일어나는 생각들이 이미 뇌에 깊이 저장돼 있던 기억, 감정, 생각들과 뒤섞이면서 영감을 주는 생각이 번뜩일 수 있다.”
건축가 해리 프랜시스 몰그레이브도 “우리 조상들의 피가 여전히 우리 안에 흐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야외에 있을 때 ‘집에 있다’고 느낀다”라고 말한다. 건물의 날카로운 직선보다 나무나 바위의 부드러운 곡선이, 도시의 자극적인 소리보다 파도 소리, 새소리 같은 반복되는 잔잔한 소리가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자연에 머물 때 삶의 부정적인 측면에 덜 몰두하게 되며 우울함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공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자연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감정적으로 편안해지고 정신적으로 고양되는 것이다. 그럴 때 창조성도 자유롭게 깨어나기 시작한다.
우리는 보통 생각하는 동안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받은 대부분의 수업은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도록 한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꼼지락거리면 집중력이 부족한 문제 있는 학생으로 찍히기 십상이다. 그러나 2014년 스탠퍼드 교육대학원에서 ‘걷기가 창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 가만히 앉아서 과제를 수행한 학생들은 50%가 실험과제를 완수한 반면, 걸으며 과제를 수행한 학생들은 95%가 과제를 완수했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 몸을 활발하게 움직일 때 집중력, 인지적 유연성, 문제해결 능력 및 의사결정능력이 모두 향상된다.
위대한 사상가들은 모두 걷기에 관해 이야기했다. 철학자 니체는 “걷는 동안 떠오른 생각만이 가치가 있다”라고 했고, 작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걷기가 정신을 위한 체조”라고 말했다.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나는 걷지 않으면 성찰할 수가 없다”라고 했고,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나는 내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사유가 흐르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창조성 강사 줄리아 카메론도 내면의 소리를 듣고 창조적 영감을 얻기 위해 걷기를 추천한다. 줄리아 카메론은 “걸으면서 우리는 더 높은 정신적 힘을 경험하고 예감, 통찰, 직관을 갖게 된다. 걷는 습관을 들이면 더 높은 곳에 내면의 귀를 열게 된다.”라고 말한다.
자연에 머물기와 걷기. 이 두 가지는 신체적 건강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창조성을 깨우는데도 꼭 필요한 활동이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할수록 문제는 더 크게 느껴지고 불안은 점점 더 커진다. 같은 고민도 걸으면서 고민하면 긍정적 탈출구를 찾게 된다. 예상치 못한 답이 떠오를 수도 있고, 답을 찾지 못한다 해도 고민이 한결 더 가볍게 느껴진다. 그렇게 가벼워질 때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창조적인 관점도 열린다.
그러니 틈만 나면 자연으로 가서 걷자. 아파트, 도로 등 직선으로 뻗은 인공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이어진 숲길을 걷자. 걱정거리가 있다면 앉아서 고민에 빠져들지 말고 공원을 걸으면서 걱정하자. 정신노동에 집중한 후에는 더더욱 신체활동을 해야 소진된 에너지가 충전된다. 일이나 공부에 열중한 후에 널브러져 쉬기보다는 나가서 걷자. 자연 속에서 걷는 동안 몸과 정신은 빠르게 회복되고 뇌는 신선하고 풍부해질 것이다.
인용문 출처 : <익스텐드 마인드>, 애니머피 폴, 알에이치 코리아
<아티스트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줄리아 카메론, 비즈니스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