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느긋하게 3주 살기

제주살기 8일: 이러려고 제주에 왔구나

by 달문


제주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나자 마음이 편해졌다. 이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야 한다는 조급함과 불안함은, 이곳에서 마음껏 돌아다니고 멍 때리는 동안 옅여졌다. 제주에서 내가 하는 고민은 오늘 어디 가지? 뭐 먹지? 정도가 다였다. 그래서 오늘 아침식사 메뉴는 뭐지?

수하리839 조식 2일차 : 참소라죽



참소라죽이다. 쫄깃한 참소라와 부드러운 죽을 먹다가 입이 심심할 때 매실짱아찌를 넣어주면 침 고이며 입안이 상쾌해진다. 매실장아찌 판매하면 사오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 눈곱만 떼고 슬리퍼 끌고 1층 내려와 조식 먹은 후 편한 차림 그대로 바다 산책을 간다. 수하리839에서 걸어서 5분이면 온평리 바다에 닿는다. 동네 바다 산책이라니, 여기 머무는 동안 내가 제주살기하며 꿈꾸던 아침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IMG_6084.jpg?type=w1 수하리839에 머물며 아침마다 온평리 바다를 걸었다

아침 바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정비 후 용눈이오름으로 향했다.

십 년 전, 처음 용눈이오름을 접하고 제주 오름의 매력을 알았다. 사람들 발자취에 오름이 훼손되어 안식년을 가지다 다시 개방되었다고 하니 가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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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원에서 말들이 노닌다.

용눈이오름은 가파르지 않아 오르기 편하다. 부드러운 능선과 주변 풍경을 사방으로 살피며 올라가본다.





분화구가 사람 배꼽처럼 보인다.

오랜만이야 용눈이~!







정상에 올라 천혜향주스 한모금 마시며 바다 가운데 우도와 성산일출봉을 바라본다.

주변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도 눈에 담는다. 정상에서 만난 분들 사진 찍어드리고 나도 한 장 부탁했다. 혼자 다니다 보면 사진 부탁을 자주 받는 편인데 찍어드린 후 나도 남길 수 있으니 오히려 좋아.




오름에서 내려오니 허기져 숙소 근처 식당에서 성게칼국수를 먹었다. 성게칼국수라는 음식이 궁금했는데 내 입맛에 딱 맞진 않는군. 먹었으니 소화를 위해 근처 혼인지에 갔다. 그제는 비를 뚫고 걸었던 곳인데 날 좋을 때 어떨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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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가 맞나 싶게 반짝거렸다. 푸른 나무와 연못과 풀 사이를 걸어다니며 초록 기운 흡수했다.


그러고 나니 이번에는 다시 바다가 보고 싶지 뭐야. 이왕이면 안가본 바다.











넓은 백사장으로 유명한 표선해수욕장에 왔다. 표선해수욕장도 간조 때를 맞추면 걸어다니기 좋다.





파도가 쓸고 간 무수한 자국들이 남은 촉촉한 모래 위를 걷다가 신발 벗어던졌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맨발걷기 중이었다. 아니 이곳에서야말로 맨발걷기 해야만 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바다였는지 모를 정도로 광활한 모래사장을 지나고 나니 바다가 보였다.

파도가 밀려오고 나갈 때마다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히며 모래가 빠져나갔다. 나는 이러려고 여기에 왔구나. 푸르다는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바다와 하얀 포말,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온 감각으로 겪으려고 집 떠나 제주에 왔구나. 표선해수욕장에서 든 생각이다.

신발 신고 근처 올레길을 조금 걸으며 여운을 되새겼다. 이제 숙소로 돌아가자.

오늘의 저녁 먹이. 숙소 근처 옛날국수집에서 포장해 영화 보며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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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전 소자(2만원)인데 양이 많다. 그 자리에서 부쳐 싸주신 육전에 콩나물무침을 얹어 먹고 맥주 한 모금하면 극락이다. 국수집에서 파는 육전이 이렇게 맛있을 일인가? 쓰다 보니 먹고 싶다..

오늘은 오름과 숲, 바다를 전부 들러 여한이 없었다. 내일 밤부터는 H가 3박4일 함께할 예정이었다.

친구와 여행 가면 보통 1박2일이나 2박3일이었어서 살짝 긴장이 되었다.

사이 좋게 지내야지, 생각하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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