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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이 유독 그리운 요즘

동해 울진이 생각나는 작은 어촌 Veulettes-sur-mer

노르망디가 그리워지는 요즘.


한국에서야 서울에서든 대구에서든 1시간이면 들을 수 있는 것이 파도 소리였는데, 이 곳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선 바닷소리는 참 제주도의 거리만큼이나 먼 곳이다.


한국이 3면이 바다임에도 마치 제주도에 가야만 낙원이라도 되는 듯냥, 사람마다 마음에는 그렇게 나름 자기만을 바라볼 수 있는 나만의 거울의 방 같은 곳이 있다.

제주도가 생각나는 노르망디의 해안가 근처 자연 목장

나에겐 노르망디 해안 전체가 그런 곳인데, 2019년 여름에는 다들 가는 에트르타가 아닌, 조금 더 파리와 가까운 Fecamp과 Dieppe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해안,  Veulettes-sur-Mer에 우연히 방문한 적이 있다. 마치 2018년 한국에서, 고속도로가 뚫려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삼척이나 영덕이 아닌, 그 사이에 낀 울진, 거기서도 좀 내려온 기성망양 해수욕장 쯤되는 그런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그 어촌 마을 앞에는 드넓게 펼쳐진 모래사장과 소나무 숲이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멍하니 모래사장에 누워 자다가, 점심때 먹을 곳이 없어 헤매다 겨우 찾은 근처의 사동항에서 먹었던 매운탕이 기대 이상으로 정말 일품이었다.

프랑스 해안가에서 꼭 먹어야 할 홍합 요리 물 프히뜨 Moules Frites

마치 그때처럼 이 곳 프랑스 작은 어촌 마을에서도 늦게 저녁을 먹는 바람에 다들 홍합이 떨어졌다고 헤매다가 마지막으로 남은 식당의 마지막 홍합요리 Moules Frites와 바다를 보며 마신 Rose wine을 잊을 수가 없다.


문득 오늘 저녁 식사로 홍합을 요리해서 먹다 보니 새삼 이때 기억이 나 사진을 뒤적여봤는데, 유독 노르망디가 내게 주는 특별한 향수가 있다. 보르도 앞 엄청난 해안 사구를 낀 바다도, 마르세유나 니스 앞 지중해의 해안가도, 참 눈에 담기에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지만, 노르망디 해안가는 마치 겨울바다처럼 적막한 듯 편안한 느낌이 있다. 하물며 뜨거운 여름에도, 노르망디의 바닷물은 꽤 차다.

해지는 노을의 노르망디 해안.

그 이유 중 하나는 조약돌 구르는 소리다. 다른 프랑스의 해변가에서는 보기 힘든데, 이 곳은 마치 한국의 거제 몽돌해변과 같은 부드러운 표면의 조약돌들이 마치 홍합을 헹굴 때 나는 소리처럼, "달그락, 달그락" 거리는데, 그 해안가에 앉아 듣는 노르망디 바다만의 소리가 내 귀를 헹굴 때면, 복잡했던 내 생각 구석구석 찌꺼기들이 하나씩 닦여져 가는 느낌이 들곤 한다.

또 다른 매력 한 가지는 한국과 같이 산이 없는 프랑스에서 산에 오른 듯한 느낌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병풍처럼 이어진 노르망디의 하얀 석회암 절벽 위에 올라서면, 마치 남해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는 남해 바다의 지평선처럼, 혹은 양양 낙산사에서 내려다보는 동해 바다의 웅장함을 기묘하게 느끼게 되는, 바로 그런 곳. 세월을 버티며 묵묵히 그 바닷바람을 버티고 있는 절벽에 서 있노라면 나도 같이 잘 해낼 거야 하며 두 팔 벌리고 소리치게 된다.


노르망디 석회암 절벽

그렇게 내 마음의 얼룩덜룩한 표면은 깨끗한 그 하얀 절벽들처럼 깎아내고, 내 마음에 쌓인 짐들은 넓고 깊은 바다에 던져버리고 올 수 있는 나만의 거울의 방.

지긋했던 2020년의 굴레들을 한 번쯤은 놓아주기 위해서라도, 요즘은 노르망디에 참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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