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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돈 Nov 03. 2015

리메이크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戀におちて -Fall in Love- (2007) - 徳永英明

뮤직비디오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r2nHCgR9ZSE 


가수가 리메이크 곡을 발표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실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리메이크하고자 하는 원곡자의 성별이 나와 다른 이성일 경우 가사 속에 드러난 성별에 대한 이슈가 존재하게 된다. 만약 가사가 끝까지 중성적이라면 원곡자의 성별에 그리 구애받지 않겠지만, 가사가 각 성별의 상징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경우 가사를 성별에 맞춰 개사할 것인지 혹은 원작자의 의도를 존중하여 가사를 그대로 둘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여기에 소개하는 이 곡은 토쿠나가 히데아키라는 일본의 중견가수가 2007년에 리메이크한 곡이다. 관록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담백한 미성의 소유자로 잘 알려진 그는, 원래 전형적인 솔로 발라더 아티스트였으나 2000년도 중반에 발표한 리메이크 'Vocalist' 앨범이 좋은 반응을 얻자 일본 내의 명곡을 잇달아 리메이크하여 꾸준히 리메이크 컴필레이션 앨범을 내었고, 그 결과 현재까지 6번째 리메이크작 'Vocalist 6'까지 발표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어찌 보면 본업보다 부업이 성공한 케이스로서, 필자와 비슷한 세대의 제이팝 리스너들은 '리메이크 전문 가수'라는 인식이 더욱 강할  듯하다. 그렇다고 그것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그만큼 히데아키의 보컬과 곡 해석력이 모든 곡을 아우를 수 있을 만큼 저변이 넓고 그만큼 대중들로부터 선호되는 것으로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어쩌다 아티스트에 대한 설명이 길어졌는데, 이 곡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아재의 리메이크 앨범 콘셉트에 대해 먼저 설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Vocalist 4' 이후로는 앨범을 들어보지 않아서 기존의 콘셉트가 유지되는지는 모르겠으나, 히데아키는 본인의 강점인 미성을 극대화하고자 리메이크하는 곡들을 전부 여성 아티스트의 것으로 해 왔다. 그런 콘셉트의 일관성은 단순히 곡 선택의 수준을 넘어 여성의 입장을 변조 없이 온전히 대변해 내는 히데아키의 보컬에까지 영향을 주는데, 그 모습이 변태스럽고 징그럽다거나 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그의 리메이크 작업을 더욱 프로페셔널하게 돋보이도록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다.


필자가 그의 리메이크 작품 중에서 넘버원으로 꼽는 동시에 'Vocalist 3'의 타이틀 곡이기도 한 본 곡은, 무려 유부녀의 입장에서 불륜을 노래하고 있는 발라드 곡이다. (물론 남편의 외도를 전제로 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애절한 그의 목소리가 감정을 실어 'I'm just a woman'이라고 나지막이 외칠 때, 그런 아이러니함이 오히려 역설적으로 청자의 감동을 배가 시킨다. 이 곡을 선택하고 부르기까지 히데아키는 얼마나 많은 사유를 거쳤을까? 고백하건대 필자는 히데아키의 이러한 장인정신에 눈물이 핑 돌았다. 리메이크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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