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주기를 맞아
1.
유튜브에서 바라본 목성의 대적점은
검붉은 라떼로 뒤덮인 세상의 끝물
경이롭고 경외로워 버틸 수 없었다
예기치 못한 봄비를 맞아 몸서리치듯
모니터서 눈을 떼 보니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냥 현실
23인치 안에 축척하여 욱여넣은 우주는
그저 적당한 별나라 이야기일 뿐
하지만 알고 있다,
난 쉽게 눈을 감았지만
그는 줄곧 나를 응시하고 있을 터였다
충혈된 동공의 궤적을 따라
쉴 새 없이 내리치는 샛노란 핏줄과
한없이 꺼지는 나락의 핵을 껴안고서
일그러진 미완의 시간을 들이밀겠지
2.
거미줄 속에서 피어난 노란 나비가
별안간 팔랑이는 자태를 드러내며
내 눈 앞에 나타났다
질 떨어지는 츤데레라도 된 양
딱히 관심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는데
괜히 있어 보이니 만져보고 싶었다
날개를 어루만지려니 오톨도톨 보드라와서
내 어찌 더러운 이 손으로
그를 더럽힐지 머리가 띵해져 올 때
나를 피해 달아나는 나비의 거대한 날갯짓은
거센 폭풍우가 되어 내동댕이쳤다
한시도 쉬지 않고 나를 지켜보아 온
목성의 애꾸눈으로 날 욱여넣었다
3.
그 누구라도 목성의 대적점을 지날 땐
목숨을 걸고 발버둥칠 것이다
허나 23인치 모니터 안에서
대적점을 바라본 누군가는 더러
304명의 발버둥은 보지 못했을 것이다
저 멀리서 풍경이 장관이랍시고
쌓아 둔 축척의 숫자만큼이나
돈으로 영혼을 팔아넘긴 이에게는
그들의 발버둥이 가만히 멈춰있을
우주의 먼지에 지나지 않았을 테니
아아, 목성의 눈엣가시를
가까스로 건져 올리기까지 걸린 세월
나비의 날갯짓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그 누구도 온전히 알지 못했다
오늘은 목성이 세 번째 귀환하는 날
또다시 공전궤도를 따라
나비의 날갯짓을 좇을 우리에게
언젠가는 모든 걸 알게 되기를
목성은 아직도 그렇게 우리를
지그시 응시하며 속삭이고 있다
* 본 시는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