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오늘도 교실을 헤맨다
내겐 퍽이나 시답잖은 교사라는 직함은
석상 틈새를 구석구석 비집으며
노상 분노하는 게 일이다
모아이 석상을 바라보는
숭고함 따윈 없으나
두려운 건 똑같아
좀처럼 눈을 맞출 수 없다
그래도 열심인 나라며
허공을 조준한 채
사랑한다고,
나직이 토해냈지만
나조차 분간이 안 되는 맘을 들킨 양
휘휘거리는 정적만이
눈가를 아리게 한다
2.
어쩌다 힘이 날 땐
차디찬 석상에도 꽃은 피고
격려의 환청을 들은 것 같다면
설령 조현병이라도 좋다
선배에겐 덧없는 마음일지라도
타의로 내던져진 이 숲을
오늘도 용감하게 헤매고픈 건
그 덧없는 순간을 기다리는
순례길 위의 도로시가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3.
허나 순례의 길은 고난의 길,
닿지 않는 눈빛을 쬐며
혼자 걷는 이 길이
너무 눈부시다 못해 어두웁다
지식으론 이해했지만
여전히 이해할 수 없고
그래서 불가사의한 너의 빛은
불가시광선의 영역을 침범하여
가볍게 피부를 뚫고
나의 폐부를 겨냥하는구나
닿지 않기에 더욱 절절하구나
4.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이스터 섬에 불시착하여
지금의 기억은 사위겠다만
닿지 않는 눈빛을 쬐며
혼자 걷는 이 길이
조금은 외롭지 않게끔
너와 나 서로가
지그시 바라볼 수 있기를
서로 다른 주파수의 간섭 속에도
너와 나 자라날 수 있기를
그게 교사의 마음인 양
멋있는 척
끝을 맺어본다
눈물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