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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돈 Jul 27. 2020

교사로 살다 보면 가끔 미쳐버릴 것 같은 때가 있다

아마추어가 던진 물수제비처럼

볼품없이 흩어지는 나의 언행을

물끄러미 외면하다 돌아 하루


한껏 움츠러든 어깨가 허약하니

한 것 없이 나이만 먹은 기분에

앞날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임용을 준비하던 시절

그러니까 교사가 되고 싶기보단

생존을 위해 택했던 그 시절


많은 것을 잊었대도 여전히 기억해

교육학 전공책에 나와있던

교직관(敎職觀)의 종류


때로는 성직자로

때로는 노동자로

때로는 전문분야 직업인으로


그때는 지금의 내가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와리가리할 줄은 몰랐더랬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길만을 걸을 수 없다는 것을


내게 교사의 삶이란 건

돌이켜 보면 그저 거절의 연속

끊임없이 강하게 씹어 삼키는 마음


교사였기에 누릴 수 있는

소소한 보람과 반짝이는 추억

인생을 두고서 응원하고픈 애틋한 제자들도


그놈의 돈

돈이라는 보상이 없다면

너덜 해진 마음을 감수하며 얻을 가치가 있을까


.

.

.

오늘도 누군가 나를 겨누어

의도하지 않은 화살을 쏜다

아무래도 역시 상처가 된다


당황하며 이것저것

임시변통으로 지껄였지만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기에 공허하고 부끄럽다


그래

내 까짓게 무슨 자격으로

너를 감히 변화시킬 수 있을까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너를

변화시키느라 애를 쓰고

있지도 않은 무언갈 위해 충성하는가

.

.

.


교사로 살다 보면

가끔 미쳐버릴 것 같은 때가 있다


시대가 변했대도

여전히 교사는 성직자라


살아남고자 거룩함을 외면한 나는

교사 실격이라는 죄책감을 떠안고 산다


하지만 여전히 교사를 한다

뻔뻔하게 누군가를 가르치려 든다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으나

이게 내가 먹고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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