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이 쓰는 표현 중에
유독 재밌는 말이 있다
'무엇 무엇에 진심인 편'
정체불명의 외계어들이 창궐해
기성세대를
순간 꼰대로 만드는 폭력이 너무도 싫지만
이 표현만큼은 참 마음에 든다
다른 신조어만큼 어렵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지금 이 시대의 본질을 꿰뚫고 있어 더욱 그렇다
덕업 일치
덕질이 일이 되면 행복한 시대다
한 분야에만 꽂힌다는 것
다양한 과목을 골고루 잘해야
대학 가고 성공하던 시절에는
거의 금기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오늘날 각광을 받고
심지어 부러움까지 사는 사람들
'무엇'에든 진심인 덕후들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곤충끼리 싸움을 붙이고
그 누구의 핀잔도 없이 맛있게 과식한다
나만 신났던 인문학을 친절히 설명하고
나만 알던 화장품 옷 맛집 등을
온 정성을 다해 리뷰한다
누구 하나 시킨 적이 없다
다들 자신이 꽂혀서
무언가에 진심이라
스스로 만드는
가장 솔직하고 가장 열정적인 콘텐츠다
스페셜리스트들의 눈부신 활약에
적잖은 머쓱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수돗물처럼 틀면 나오는
매스미디어의 제네럴리스트
모든 연령과 모든 성별을
적당히 두루두루 무리 없이
만족시켜야 했던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여기저기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덕후들의 모습이
때로는 두렵기도 하고
어떨 때는 조급함도 생기게 한다
하지만
제네럴리스트는
이런 스페셜리스트의 모습이
그저 흐뭇하다
내가 못하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일 수도 있겠고
모두가 으뜸이라는
다원(多元)주의가 교과서를 뚫고 나와
현실이 된 데 대한 통쾌함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