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보지 못했을 수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동문이라는
가느다란 인연의 끈은 있었지만
본 일도 볼 일도 딱히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소중한 인연이 나에게 달려와
치즈케이크를 건네고 결혼 소식을 전했다
한 번 만났었다
전파상으로...
그것도 오고 가는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소개 후 선물 지급
그 청취자는
2년 반 동안 매일 아침
나를 목소리로 만났고
오늘은 갓 빚은 손만두를 건네며
나도 기억 못 했던 추억들을 공유해 주었다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영원히 휘발돼 버렸을지도 모르는
보물 같은 과거가
나와의 인연을 늘 기억해 준 이에 의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그동안 사람을 만나면서
복면을 써왔던 것 같다
민낯으로 사람을 만나니
이제야 제대로 숨이 쉬어진다
복면은 화려하지만 호흡이 불편하다
민낯은 투박하지만 생명력 있는 희열을 선물한다
북촌은
복면을 벗기는 힘이 있다
살면서 처음 맡아보는
공기가 참으로 상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