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스쿠터에 몸을 싣고 어디로든 떠나는 여행
"우리 가벼운 여행을 하자."
평소와 다름없는 날.
우리는 늦은 저녁으로 감자탕을 먹고 지나가면서 봤던 따뜻해 보이는 카페에서 단 커피를 사 먹었다.
노란 전등 아래에 앉아 우리는 서로의 <의욕 없음>에 대해 말했다.
더 가볍고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우리는 결혼과 동시에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
2년 동안 유학자금을 버는 동시에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평일에는 업무시간의 앞뒤로 아침저녁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고
주말에는 모자란 공부와 일을 하는데 썼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잃어버려서
너는 너의 시간을 온통 빼앗겨서
첫 결승점을 넘은 우리는 기진맥진해져 버렸다.
남편은 퇴사 절차를, 나는 일 마무리 절차를 밟고 있다. 3월이면 많은 것이 끝난다.
그리고 우리는 의욕 없음에 어떤 무엇이든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아 제주로 떠나기로 했다.
그냥 좀 걷고 자연과 가까이 지내며 두 발로 흙을 밟고 흐르는 바람을 느끼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물었다.
"5년 뒤에 죽는다면 뭘 하고 싶어?"
"10년 뒤에 죽는다면?"
"20년 뒤에 죽는다면?"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오로지 <세계여행>이었다.
그리고 사는 동안 뭔가 하나 배워서 잘하게 되는 것.
더불어 그것으로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 내며 여행하는 것이었다.
"그냥 하고 싶으면 했으면 좋겠어.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못하게 되지 말고."
가지 말아야 할 이유야 많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잘 접어 두기로 했다.
대신 각자 작은 가방을 하나씩 메고 작은 스쿠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어디로든 떠나는 여행-
느리고 소박한, 그런 가벼운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