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는 것이 나를 이룬다.

by 이사원


올해 8월, 처음으로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했다.


위내시경까지 하는 종합 건강검진은 처음이었는데 걱정했던 간이나 자궁은 무사했고 오히려 콜레스테롤이 무지 높게 나왔다. 총 콜레스테롤 수치의 정상 범위는 130 - 220인 데에 반해 나의 결과치는 250. 무려 고지혈증이란다. 이건 집안 내력이다. 외할머니는 중풍 및 뇌졸중으로 20년 동안 침상에서 누워만 계시다 돌아가셨고, 엄마 역시 콜레스테롤이 높은 편이라 늘 신경 쓰며 살고 계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 내 나이는 29세, 심지어 만 나이로 치면 28세라 충격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 하루에 최소한 한 끼라도 건강한 식단으로 먹어보고자 했다. 다이어트도 겸사겸사. 약속이 있는 날이 많으니, 그럴 땐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최소한 점심 정도는 컨트롤해보자는 생각으로 한 3주 정도 실천했던 것 같다. 무화과, 삶은 계란, 삶은 고구마, 단백질 셰이크, 양배추, 샐러드, 토마토, 바나나, 그릭 요구르트, 아몬드, 닭 가슴살, 아보카도. 이 리스트 안에서 그 날 그 날 3가지 정도 조합을 만드는 거다. 내가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망정이지 사실 엄마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이 한 끼마저도 못 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노력으로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괜찮아졌는지 11월의 나는 현재 검증해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잠깐이나마 식단 관리를 하며 느낀 점은 내가 먹는 것들이 나를 이룬다는 점이다. 비단 나의 신체뿐만이 아니고 어찌 보면 정신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회사 영업직 동료가(그녀는 나보다 나이가 많고, 싱글이다.) 내게 이렇게 말해줬었다. 자기는 남자를 볼 때 거르는 2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하나는 맞춤복을 입는 사람, 다른 하나는 패스트푸드나 배달 음식을 먹는 사람이라고 말해줬었다. 전자가 싫은 이유는, 기성복도 많은데 굳이 21세기에 맞춤복을 입어야 되는 사람은 그만큼 사람을 볼 때도 까탈스러울 거 같단 이유였고, 후자의 경우는 어쩌다 한 번이 아닌 주식으로 패스트푸드나 배달 음식을 먹는 사람은 보통 참을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본인의 경험적 귀납추리에 따른 결과였다. 그런데 나도 3주간 나름의 식단 관리를 하면서 그때는 몰랐던 후자의 말 뜻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식단을 관리한다는 것은 내가 내 신체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뜻이고 그만큼 신중을 다해 음식을 고르고, 조리해야 하므로 그만큼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전 남자 친구 역시 치킨 같은 배달 음식을 매우 좋아했었는데 그 역시 그다지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더 나의 생각이 굳건해지고 있다. 확실히 나 역시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비교적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음식들을 섭취하면서 몸도 마음도 산뜻해지는 듯한 경험을 했다.


한편으로는, 나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 음식을 잘 먹어야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동물이나 환경, 세계를 위해서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란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아주 먼 고대에서부터 현재까지 인간에게 유리한 동물만을 선별적으로 가축화하였고 소, 닭, 돼지, 양과 같은 동물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학대받으면서 그들의 고기, 젖, 새끼, 털가죽, 삶에 이르기까지 전부를 희생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책 속에는 부드러운 스테이크가 되기 위해 매우 좁은 상자 우리 속에 사는 송아지의 사진이 있다. 아직까지 그 이미지는 나에게 큰 충격으로 남아 있다. 그 송아지가 유일하게 우리 바깥을 걷는 순간은 누군가의 훌륭한 식사가 되기 직전뿐이라고 한다. 사실 평소 나는 채식주의자들을 유난 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점에서 그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고, 그들의 태도가 거슬렸었다. 아직 비건을 대면해보거나 소통해 보진 않았지만, 매체를 통해 보이는 그들의 태도가 마치 본인들만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엄청난 평화주의자/사상가/지식인인 반면에 비 채식주의자들을 생각 없는 우매한 대중처럼 여기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내가 비 채식주의자에 속하기 때문에 생기는 방어적 태도일 수도 있다만, 여전히 그들에 대한 인상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도 이 도서를 통해 이왕이면 유기농 채소라든지, 건전한 ‘축산법’ 아래 관리받는 고기 등을 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그들의 철학 자체에 대해서 진심으로 통감하게 되었다. 좋지 못한 환경에서 길러지거나 도살되는 것들을 먹으면 왠지 그것들이 내 몸에서도 결국 건강하지 않은, 좋지 못한 세포로 축적되어 가고 있을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 든다.


이제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거의 매일 약속이나 일정이 있기에 식단 관리를 더 이상 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나의 생각은 변치 않는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