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사람들이 감수성을 들키면 안 되는 병에 걸린 것 같다.
내가 싸이월드를 애용하던 시절에만 해도 온갖 지인들의 미니홈피에서 절절한 멜로디의 bgm과 감성 충만한 글들을 종종 봤던 것 같은데 말이다. 얼마 전, 내가 친하다고 여겼던 회사 후배에게 갑자기 퇴사 및 이직 통보를 받은 뒤 충격에 받은 까닭에(알고 보니 후배 동기들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인간관계에 현자 타임이 와서 친구들에게 ‘얘들아 인생은 결국 혼자야… 아무도 믿지 마’라고 했더니 다들 ㅋ자를 남발하며 웃었다. 난 진심으로 한 말이었고 웃기자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친구들은 저 문장 사이에 있는 '…'이 웃기다며 한참을 깔깔댔다. 마침표 세 개가 언제부터 아련함을 상징하는 부호가 아닌 개그의 소재가 되었을까? 나는 그저 나의 심정을 강조하고자 했을 뿐인데 웃음거리가 된 기분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수치스러우면서도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 사이에 어떤 진지함이나 내면의 감정 공유는 어려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오글거린다’ 고 하는 표현이 생겨난 이후에서부터 일까? ‘진지함 = 오글거림’이라는 이상한 공식이 사회에 만연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나를 쿨한 척 포장하려고 노력해왔다. 뭘 해도 대충, 대강 하는 척, 진심은 아닌 척, 그러니까 괜찮은 척. 물론 지나치게 감수성이 풍부하여 매사에 진지한 사람이 때론 대하기 힘들거나 버거울 때도 있지만 그건 그 사람의 개성일 뿐 단점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사한 연유로 나는 사실 이렇게 정기적으로 글을 쓴다는 사실을 정말 가까운 사람 외에는 굳이 말하지 않는다. 이것도 나의 진지한 글쓰기에 대한 애정을 아무에게나 들키기 싫어서인 것 같다. 진심을 담아서 썼다기에는 초라한 글이라고 느껴지고, 평소 글 쓰면서 모토가 솔직, 담백인데 그만큼 필터링이 없는 사적인 이야기라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공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창 음울한 문학에 빠져있고 참 순수하게 글을 썼던 10대 때가 요즘은 그립다. 그래서인지 나는 고등학생 때 이과생이었음에도 백일장에서 운문/산문 모두 수상을 해서 국어 선생님이 극찬을 해줬었던 나만의 자랑스러운 추억이 있다. 지금은 아무리 글을 써도 그때만큼 감정의 강도가 끌어올려지지 않는다. 그만큼 나 자신을 온전히 남에게 드러내는 일은 참 힘든 것이다.
회사원으로서, 외동딸로서, 여자로서 등 여러 가지 바쁜 요소들이 참 많지만 글쓰기를 지속할 것이다. 나도 모르게 외면하고 묻어두려 했던 내 내면의 감정을 나라도 틈틈이 신경 써 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면서 남의 생각에 집중하지 않고 나의 생각에 오롯이 집중하고 싶고, 그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라는 것을 아니깐. 내 고찰들이 막 흘러가지 않게, 예쁘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안 할 이유가 없다.
나는 아무리 '…'이 오글거려도 나는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멋진 인간으로 성숙되어가고 싶다. 그리고 그런 진지함이 당연하게 통용될 수 있는 사회와 미래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