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현중 Jul 16. 2021

식도오락 #1 콘치즈

주류와 어울리지 않는  맛


똑같은 회를 먹으러 가더라도 오마카세 집에 가서는 콘치즈 생각이 나지 않지만 일반적 횟집에 가게되면 콘치즈를 먹어야지만 먹을 걸 다 먹은 듯한 느낌이 든다. 콘치즈를 주지 않는 횟집이 있다는건 상상도 하기 싫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음식 주문에 실패하지 않기 위한 방법중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바로 음식의 어울림을 갖추는 일인데... 그런데 콘치즈는 이런 고려를, 고려하기 위해 쌓인 수많은 경험적 판단을 무참히 깨버린다.

회와 철판구이 콘치즈라니...매운탕과 마요네즈가 들어간 콘치즈라니..  

정말로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콘치즈는 횟집에서 주류에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콘치즈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다. 콘치즈 탄생 설화는 지식 사이트 등을 뒤지면 자세히 나와있다. 그 이야길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처음엔 옥수수에 마요네즈만 올려 놓는 식당이 많았다고 한다.

2. 이 옥수수에 마요네즈만 버무린 올린 음식은 이름도 없이 한동안 스끼다시로 통합되어 불렸다.

3. 치즈맛과 마요네즈맛을 헷갈린 사람들이 이름없는 음식을 콘치즈로 불렀다.

4. 콘치즈라는 이름비 붙고 나서야 치즈가 콘치즈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시나리오를 대략 정리해보면,

아마 어느 횟집들에서 옥수수와 마카로니에 마요네즈를 버무린 샐러드를 반찬 정도로으로 내놓았는데, (샐러드니까 아마 특별한 이름이 없었을 거고) 치즈와 마요네즈 구분에 익숙지 못한 손님들의 입을 통해 치즈를 넣은 음식으로 구분되다가가 옥수수 샐러드는 '콘치즈' 란 이름이 붙었고, 그 이름 때문에 치즈가 들어가게 되었고, 이제 치즈가 들어갔으니 이를 녹이는 열기가 필요하게 되었고, 결국 하나의 철판요리로 거듭나게 된 사연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콘치즈는 한국에서 최초로 발생하게 되어, 한식으로 분류 할수 있는 음식이라고 한다.

이 사연을 듣고 있자니 김춘수 시인님의 시 '꽃'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이건 마치 콘치즈의 탄생 설화가 아닌가!!!

한번 응용(?) 해볼까?



우리가 콘치즈를 부르기 전까지

콘치즈는 다만

하나의 스끼다시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가 콘치즈라는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치즈를 덮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라는 말이 있는것처럼, 이름이 음식을 만들어 버린 콘치즈.


뭐 아무튼 간에.

'콘치즈'가 주류 음식의 궁합과 어울리지 않는다 한들, 오해에서 비롯된 음식이라 한들. 횟집에서 이제 콘치즈가 빠질수 있는 위치의 음식은 아니다.  오히려 콘치즈는 자신이 없는 횟집을 어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힘을 가진 음식이 되었다.


우리가 스스로 주류의 흐름과 같은 모습이 아니라고 해서 굳이 달라지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고, 가슴속에 품었던 꿈과 다른 인생으로 살아가도 그 자체도 새로운 아름다움으로 피어날수 있다는 것.

 '콘치즈'의 맛은 그런 맛이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