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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름 Nov 04. 2020

1.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다는 것

(퇴직하기 위해) 휴직한 공무원 이야기

   돈이 많다고 당연히 행복한 게 아닌 것처럼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다는 것 역시 당연한 행복은 아니다. 세상에 당연한 행복은 없다는 걸 알지만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다들 행복을 위해 최선을 찾았고, 그것은 결국 자신에게는 차선이 된다. 나 역시 남들과 같은 생각을 했으며 흔해 빠진 90년대 생으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꿈꿨고, 손에 넣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아. 지금 여기에 있는 거야.” 눈만 돌리면 볼 수 있는 그 말은 공자님 말씀과도 같았다. 아니, 나는 정말 그게 행복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꿈꾸는 모든 삶은 결국 내가 정해놓은 그 목적지로 이어졌으며, 심지어 당시의 나는 내 꿈이 화가였다 하더라도 공무원을 목적지로 삼았을 만큼 그곳에 꽂혀 있었다.(꽂혀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겠다)    

  

  어릴 적부터 공무원이 꿈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사람이 문제’라는 것을 빨리 깨달았으며 그 덕에 수의사가 되고 싶었다. 왜냐? 사람이 싫어서. 그 어린 나이에 누군가에게 큰 배신을 당했다거나 봉변을 당한 적도 없었다. 누구나 겪는 아버지의 사업실패, 어릴 적부터 가난했었고, 그런 흔한 일 말고는 특이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사람이 싫었다. 문제는 내가 공부를 잘했다는 것이다. 지하 방으로 이사 오면서부터,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오면서부터 포기하는 법을 배운 착한 어린이는 그때부터 하고 싶은 것(당시 나는 만화에 미쳐서 애니메이터가 되려 예고에 진학하고 싶었다)을 뒤로한 채 열심히 숙제를 했고, 그 결과(?) 유전의 영향도 살짝 받아 전교에서 조금 물장구를 치고 놀았다. 가고 싶은 학교는 뭐 갔다 치고 나중에 배워보자 치고 사립고등학교에 들어갔는데, 거기서부터 OMR카드를 밀려 쓴 것인지 내 삶은 내 것이 아닌 게 되어버렸다. 처음엔 부모님이 원하는, 그 후에는 남들이 선망하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 쳤고, 그 결과 나는 지금 (휴직한) 공무원이 된 채로 이 글을 쓰고 앉아있는 것이다.      


  내가 또래에 비해 조금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인데, 그렇게 많은(사실 그다지 많지도 않다) 책을 읽고도 나는 행복을 향해 가고 있다 생각하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술 취한 사람처럼 목적지를 똑바로 보고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내 인생의 삐딱선이랄까, 제대로 사춘기의 삐딱선을 타고 싶었는데 탈선은커녕 바른 아이는 자기 인생의 삐딱선을 타게 된 것이다. 그 나이에 치르지 못한 사춘기를 이제 치르고 있는 것처럼 나는 이제야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찾아보고 있다. 지금 몇 도(°)나 내가 원하는 삶에서 벗어나 있는지 확인해보고 있다.      


  그래서 한 주에 한 장씩 글을 써보기로 했다. 작게는 내 일상에 대한 이야기 일 수도 있고, 조금 크게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느 날은 단순하고 소박한 단편소설을 들고 오더라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심 어린 따뜻함이라고 믿는 내가 부탁하는 한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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