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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름 Dec 03. 2020

12. 내가 사랑하는 술

  나는 술을 참 아끼고 사랑하는데, 그다지 잘 마시지는 못한다. 내 성에 차게 못 마신다는 소리이다. 소주 한 병 정도면 취하고 마는데, 두 병까지 마시고 싶다면 너무 큰 욕심이려나. 그냥 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술자리도 참 좋아한다. 잔잔한 분위기에서 진지한 얘기를 하는 술자리도 좋아하고, 입에서 나오는 아무 소리 나 하는 술자리도 좋아한다. 대한민국에 술과 술자리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서 위로가 되지만, 아주 가까운 내 지인들은 술을 못하는 사람도 꽤 많다. 그들과 술자리를 함께하고 싶지만 술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앞에 앉혀 놓고 오늘도 혼자 술을 마신다. 다행히 그들도 술자리 자체를 싫어하지 않기에 음료수를 술잔에 담아 같이 건배를 해준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리고 함께 술에 취한 듯 아무 얘기를 하는데, 내가 취하면 앞에 앉은 이도 취한 것 같아서 이게 참 재미있다.      


  술 하면 안주가 빠질 수 없는데, 나는 술 마실 때 물은 안 마셔도 거한 안주가 깔려있어야 만족한다. 대부분 날 것의 안주를 선호하지만, 크게 가리지는 않는다. 세상에 맛있는 게 너무 많아 그것들과 술을 함께 즐기자면 끝도 없이 음식이 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아끼는 술에 관한 책이 있는데 ‘김 혼비’ 작가의 [아무튼, 술]이라는 책이다. 여길 보면 ‘오늘 마시지 않기 위해, 어제 마신 사람이 되자’라는 구절이 있다. 그래서 내일 마시지 않으려 오늘 술을 마시면, 아쉽게도 아직 내 간은 젊어서 내일도 술 먹기에 안성맞춤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의지박약 한 나는 매일 마시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의 소중한 남자 친구는 술을 잘 못해서 술을 꿀떡꿀떡 삼키는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는데, 같이 취하지 못함은 아쉽지만 이런 나라도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쳐다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술 먹고 토해도 자신의 가방을 들이대 주는 사람이 있어서 오늘도 내일도 반성하는 사람이 된다. ‘이러지 말아야지.. 그러지 말아야지.. 왜 그랬지..’ 역시 인간은 후회하는 동물이다.      

  술을 마시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평소 좋게 보았던 직장상사가 술을 먹고 진상 부리는 걸 보며 사람과 거리 두는 법도 알게 되었다. 또, 평소 보이지 않았던 속에 담긴 아픔들도 알 수 있고, 고민도 나눌 수 있고, 무엇보다 술은 맛있다. 올여름 뜨거운 삼계탕과 마셨던 안동소주와 백세주마을에서 마신 생백세주가 스쳐 지나간다. 등산하고 집에서 닭무침과 함께 마신 막걸리와 파전에 황금보리소주도 스쳐 지나간다.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누군가와 술 마시는 행위를 하고 싶다. 있어 보이게 말했지만 그저 취해서 나를 내려놓고 싶다. 가깝지만 멀리 있는 애주가들과 이 마음을 나누며 우리 여기서 커피잔으로라도 ‘짠’ 합시다. 

오늘도 힘내자고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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