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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름 Nov 24. 2020

7. 철없는 20대 청년일지라도

   앞서 글을 쓰며, 그리고 내가 가진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며 많이 들었던 생각이었다.      

‘내가 아직 철이 없어서, 이 소중함을 모르는 게 아닐까? 나중에 후회하면 어떡하지?’      

 

 사실 그 고민에 대한 답은 아직도 내리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철이 없지만 철이 없을 때 저질러 놓지 못할 일은 앞으로 내 평생 저지르지 못하지 않을까? 지금 하지 못할 일을 도대체 언제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에게 시간과 여유가 주어진 이때에 나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것을 하고자 한다. 사실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휴직 버킷리스트를 보면 그 흔한 여행이 있지도 않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껴있다면 그건 ‘여행 가서 조용한 곳에서 글쓰기’ 이 정도랄까. 어디로 여행을 가든 어딘가에 처박혀서 글을 쓰고 싶다는 뜻과 다름없다. 지금 다시 보니 살짝 웃음이 난다.     

 


나의 휴직 버킷리스트 중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 남들 일할 시간에 카페에서 책 읽거나 글쓰기

- 만화방 가서 하루 종일 뒹굴거리고 책 읽기

- 목공체험 등 땀 흘려 무언가를 만들기

- 독립서점 구경 다니기 

- 책 쌓아 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기     


  지금 보면 회사 다닐 때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게 소중한 건 정말 원했지만 하지 못했던 소소한 자유일 것이다. 회사를 다니면 왕복 2시간 반 거리의 출퇴근을 하며 기껏해야 지하철에서 웹툰을 보고 집에 와서는 저녁 먹고 운동 갔다 잠들기 일쑤였다. 주말에는 하루는 무조건 게임을 하든 쉬어야 하고, 글감은 개뿔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아, 출근하기 싫어’라는 생각뿐이었다. 휴직을 하고 (아주 소소한) 버킷리스트들을 행동으로 옮기고 나면 그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나 맘먹은 무언가를 할 수 있구나’ 이런 사소한 성취감들이 우울증을 호전되게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했던 데에는 나의 게으름과 우울증이 컸다. 이것은 분명한 나의 변명이다. 그렇지만 그냥 변명하며 합리화하며 살란다. 나는 철없는 20대니까. 누가 뭐래도 나는 이런 사람인 걸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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