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기적이었다.
[일상에서 낚아올린 통찰] 08.
나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글로 썼다. 내가 주인공이고 그들이 주인공인 지난한 삶에 대해서.
어떤 상처를 타인에게 담담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그 안에 상처가 아물었을 때 가능하다. 여전히 피가 배어나온다면 그 이야기를 감히 할 수 없다.
내 안의 상처는 아물었다. 흉터는 남아 있을지라도 그 상처가 더 이상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글로 썼다. 그것을 통해 누군가 몹시도 아프게 하고 있는 가족들과의 문제에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내 글이 내 가족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나는 그들이 그들 삶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내 삶의 일부였으므로 내 마음껏 세상에 표현해도 된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가족들은 여전히 그 상처 속에 머물러 있고, 지금도 피가 철철 흐르고 있다. 내 글이 내 가족을 울게 했다. 그들에게는 세상에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삶이다.
나는 이기적이었다. 그들을 내 삶의 조연으로 치부해버린 결과를 만들었다. 나는 헤아리지 못했다. 내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많이, 미안했다.
그들이 울 때, 나도 울었다.
내 가족들에 대해 쓴 글들을 내린다. 그들이 원하지 않으므로.
언제쯤 그 상처가 아물 수 있을까. 그것을 끌어안고 사는 일은 지옥인데…….
모든 과거의 상처에 집중할수록 자신의 정체성이 된다. 그것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되었다는 확고한 믿음. 거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
그렇게 자신을 규정한다. 매일 매일, 순간 순간.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 상처를 후벼 파며 살고 있다. 피가 계속 흘러야 자신 같다는 착각 속에서.
과정이다. 더 이상 그 모습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챌 때까지.
모든 드라마의 주인공은 각성한다. 모든 영화의 주인공은 삶을 개척한다.
삶은 리얼 드라마다.
우리는 각자의 삶의 주인공이고, 자신이 주연임을 잊지 말기를 기도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