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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소연 Jun 17. 2019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일상에서 낚아올린 통찰]  07.

사랑한다.

이것은 당신을 향한 나의 고백이다.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알고 있다.

당신은 외롭고, 고단하다.      


당신은 노래방에서 슬픈 노래 한 소절을 부르다 눈물을 흘린다.


당신은 하루 종일 힘겨운 노동에 퉁퉁 부운 다리를 주무른다.


당신은 병원에 누운 노모를 보고 돌아서다 긴 한숨을 쉰다.


당신은 식당에서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값이 싼 것을 고르며 허기진 배를 채운다.


당신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웃다가도 공허해진다.


당신은 사랑이 그립다.


당신은, 그런 당신은… 세상천지 혼자인 것 같아서 심장이 조여 온다.     


당신이 보는 세상은 막막하다.

불안이 당신 몸을 감싸고 있다. 불쑥, 겁이 난다.


누구한테도 겁이 난다고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대신, 화를 낸다.

당신은 살면서 솔직해지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이 지독한 삶이 당신을 짓누른다.

잘 버티다가 한순간 무릎이 꺾일 때면, 그냥 주저앉고 싶다.


당신은, 그리고 나는…

그렇게 이 세상 한 구석에 던져진 돌멩이 같다.     


그런데 그 돌멩이 안의 심장은 여전히 뛴다. 피가 돈다.

세포들이 알아서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나는 멈추고 싶은데, 내 안의 생명은 아랑곳없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도 배는 고프고, 잠은 쏟아지고, 다시 눈을 뜬다.     


그렇게 내 안의 생명은 단 한 번도 삶을 포기한 적이 없다.

그는… 그 생명은 언제나 내 안에서 좌절 한번 없이 제 일을 해냈다.     


사랑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생명이 나를 사랑하지 않고는,

이토록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은 지극히 사랑받고 있다.     


사랑한다.

이것은 당신을 향한 그 생명의 고백이다.     


그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는 당신의 모든 것을 안다.

당신은 아름답고, 귀하다.     


당신은 노래방에서 울다가도 친구의 다급한 전화 한통에 달려 나가는 친구다.


당신은 내 아픈 다리보다 먼저 퉁퉁 부운 아내의 다리를 주물러주는 남자다.


당신은 병원에 누운 노모를 목욕시키며 야윈 몸을 쓰다듬는 여자다.


당신은 값이 싼 음식을 먹고 나서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치킨을 사가는 부모다.


당신은 술을 마시다 공허해지지만, 금세 어깨를 으쓱하고 기운 차리는 사람이다.


당신은 사랑이 그리운 만큼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이다.


당신은, 그런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당신 안의 생명이자 신이,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     


사랑한다.

당신을 사랑한다.

그 어떤 순간에도 이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당신 향한 우리의 고백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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