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음이라면 다시 시작해도 돼요

by 오성진

송지영 작가님의 최근 글에 달린 댓글 사연은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까 망설여지는 글이었습니다.

대단히 강한 마음의 소유자였다는 느낌입니다. 그랬기 때문에 자기의 행동을 극단으로까지 가져갈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송지영 작가님의 책에서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슴에 새길 수 있었기 때문에 일단 자신의 생각의 방향을 바꿀 수 있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오래전에 빅터 프랭클의 책을 읽으면서 극단의 선택을 하기로 작정한 사람이 한 행동이 기억이 납니다.

절망적인 상태에 이른 어떤 사람이 택시를 타고 자살할 곳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생각해 보니 택시 탈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러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자기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그 사람의 마음에 어떠한 것들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롭게 삶을 살아간 것은 분명합니다.


어차피 삶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고, 그것을 실행으로 옮겼다면,

그에게는 삶은 더 없는 것이죠. 제로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뭐가 문제겠습니까?

그런 마음이라면, 제로부터 다시 시작해도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삶은 제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니, 얻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쉬운 이야기인 것 같습니까?


그렇습니다. 아주 쉬운 이야기입니다.

이보다 쉬운 일은 세상에 없습니다.

극단을 선택하면서 고통받는 마음이 되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쉽지요.


다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마음을 바꿀 수가 있을까요?


마음 바꾸기가 어려운 이유 이해하기


아침에 햇빛이 비치면 더 자고 싶어도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좀 더 자고 싶은데, 늑장 부리면 자신이 감당해야 할 짐이 엄청 커지는 것이 두려워집니다.

학교 선생님, 직장 상사.

적어도 아빠 엄마로부터의 재촉.


제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남자들이라면 거의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병역입니다.

훈련소에 도착한 날부터 명령에서 시작되어 명령으로 끝나는 것이 훈련입니다.

닭이 새벽을 깨우는 것과 같은 기상나팔이 울리면, 후다닥 하고 옷을 갖추고 연병장으로 뛰어갑니다.

모이고 나서 보면 반드시 지각하는 훈병이 있습니다.

그 사람 때문에 소속된 분대는 아침부터 벌을 받습니다


지각생이 없는 경우도 뭔가 꼬투리 잡힐 만한 일이 교관에게 보이면,

그 분대는 벌을 받아야 합니다.

열심히 뛰어야 하는 벌이죠.


이런 생활을 석 달 정도하고 나서 자대 배치가 됩니다.

그런데 묘한 것이, 훈련받는 동안에는 지옥 같았던 시간이

참 감사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잘 생각해 보니, 훈련뿐만 아니라, 벌 밭는 것도 모두 체력을 강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마음먹은 적도 없었던 체력강화가 일어나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이후로는 아침애 뛰지 말라고 해도 자진해서 뛰는 습관이 생기더군요.


한번 바뀐 마음은 예전의 마음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죠.

흡연을 습관적으로 하지 않았을 때는, 담배를 피우면 기침 나고 목 아프고, 머리가 핑핑 돌았습니다.

좋은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습관이 되고 나니 담배를 피우지 않고서는 못 견디게 되었죠.

그 나쁜 느낌을 즐겼다는 것이 지금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편한 것의 약점


요령 좋게 군을 면제받은 친구들이 사회에 일찍 진출해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더군요. 나는 의무라서 3년간을 묶여서 보냈지만, 그들이 잘 나가는 것을 보면 불공평이라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았지요.


그런데, 체력과 지구력에 있어서는 그들보다 월등히 강하기 때문에, 결국에는 학위취득도 내가 빨리 할 수가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고2 시절, 밤이 되면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자꾸만 났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입시가 끝나 있으면 좋겠다"

시험 준비가 즐겁다고 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닐 겁니다.

나는 중학교 입시부터 입학시험을 쳐야만 했고, 사회에 나와서는 면허시험을 치러야 했습니다.

즐거운 시험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모든 사랑에게 마찬가지 이겠지요?


삶은 어려운 것이라고 하지만 생각보다는 쉬운 것입니다


삶을 고해라고 하는 가르침이 있지요?

삶을 고통이라고 생각하면 고통스러워집니다.

전두엽이 그렇게 인식을 해 버리기 때문이죠.


두려움과 고통을 감지하는 편도체가 망가진 사람은 두려움도 모르고 고통도 모릅니다.(주 1)

통증을 모르면 몸에 상처가 나도 아픈 줄 모르기 때문에 다친 곳이 썩어 들어가 버리는 것처럼,

두려움과 고통을 모르면 위험을 감지하지 못해서 위험에 대처하지를 못합니다.


삶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쉬워지는 것을 배우면 됩니다.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분이 계실 겁니다.

배운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배워 가면서 지금보다는 삶이 쉬워지는 것을 알아가게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삶에 관한 공부를 해 나가면 덤으로 얻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지혜로워지는 마음이죠.


#송지영 #혜인


(주 1) 느낌의 발견, 안토니오 다마지오, 고현석 역, 아르테, 2024. 97페이지의 '두려움이 없는 인간'의 절(節)에 편도체가 석회화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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