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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무관심 Apr 11. 2023

Blue Water,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모리카와 미호를 찾아 떠나는 시간 여행

-아무리 봐도 어린이용 만화로 볼 수 없었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가 1992년에 이어 1995년에도 어린이 시간대에 편성된 건 순전히 대학생들 때문이었다고 한다. 애초에 놀고먹는 것에 있어서 어린이들만이 유일한 경쟁자였던 그들은 어쩐지 심오해 보이는 이 만화에 빠져들었고, PC통신으로 세력을 규합한 후 열렬히 재방영을 요청했었다. 그리하여 3년 후에도 여전히 국민학생이었던 나 같은 어린이들은 골목의 친구들이 모두 떠난 어스름의 시간에 여전히 신비한 이 만화를 보며 저녁밥을 기다리곤 했었다.      

    

 그래도 오프닝 주제가만큼은 어린이들도 따라 부를 수 있게끔 만들어져 아직도 기억 속에 가사와 멜로디가 남아 있다. 나디아, 너의 눈에는 희망찬 미래가 보이네. 우리들의 행복이 비치고 있네.    

                 

- <나디아>의 한국어판 주제가는 일본 원작의 주제가를 참고해서 만든 까닭에 멜로디와 가사가 꽤 비슷하다. 어디선가 들어봤었던 것 같은 원작 주제가 ‘Blue Water’가 마음 깊이 남게 된 건 몇 년 전 일이었다. 에반게리온의 오프닝이 듣고 싶어 검색한 유튜브 창 한편엔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의 오프닝이 연관 영상으로 띄워져 있었다. 가요무대를 연상케 하는 두 영상 무려 ‘2006년 NHK BS 영원의 음악, 애니메이션 주제가 대전집’의 일부였다. 시선을 강탈하는 강렬한 비주얼로 인상을 남겼던 쪽이 에반게리온의 가수였다면, 나디아의 가수는 중년의 외모를 무색게 하는 맑은 음색으로 16년 전을 생생하게 소환하고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용기와 행복이 샘솟아 당장이라도 동료들과 함께 모험을 떠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 나는 우선 댓글을 읽으며 동료애를 나누려 했었다. 그러다 시선이 닿은 곳은 바로 젊은 시절의 그녀였다.      


 20대의 그녀는 30대 후반에 접어든 2006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인형 같은 외모에 또렷이 새겨져 있는 눈빛엔 그 가사처럼 미래가 가득 차 있었다. 십여 년 후의 안정감에 비해 조금은 거친 이 시절의 창법은, 그래서 더 그 나이에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땀으로 범벅된 스무세 살의 소녀 한 명이 수많은 관객 앞에서 무대를 즐기는 1993년의 라이브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영상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 장면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그녀의 과거 영상을 찾아보다 보니 조금씩 최근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 유명인들의 인생에 한해선, 시간여행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몇 번의 검색과 클릭만으로 누군가의 인생 한순간을 오롯이 관측할 수 있다. 모리카와 미호의 시간을 그렇게 찾아보았다. 마치 시간여행을 듯 20대의 모습을 보다, 이내 50대를 훌쩍 넘긴 지금을 찾아본다. 마음먹을 새도 없이 누군가의 인생을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 시간대에서나 같은 목소리로 '지금 당신 눈에 가득 찬 미래'를 부르고 있다.                     


 관측자는 몇 번의 시간여행을 하든, 몇 번의 세계선이 바뀌든 자신의 기억을 잃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바뀐 시간과 세계선을 연결해 주는 유일한 매개체다. 한참을 찾아 헤맨 이 시간의 뒤엉킴 속에서도 기억은 더 선명하게 남는다.(2023)    



2006년 NHK BS 영원의 음악, 애니메이션 주제가 대전집

블루워터( Blue Water /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OP ) - 모리카와 미호 (번역자막) - YouTube


1993년의  <Blue Water> Live

MIHO MORIKAWA  Blue Water  ( Nadia: The Secret of Blue Water)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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