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양귀자)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인생의 모순은 나 안진진에 의해서 끊임없이 탐구되고 극복된다. 동시에 이 모순 또한 우리를 탐구하기에 인생은 여지없이 좌절되고, 슬픈 일몰의 시간 푸르른 어스름은 우리를 기어코 집어삼킬 것이다. 자유를 꿈꿨던 아버지는 가정이라는 감옥에서 생의 빛이 다할 때까지 악몽을 되풀이한다. 더할 나위 없는 행복으로 충만해 보였던 이모의 숨통을 옥죄어왔던 건 언제나와 같았던 일상의 풍요였다. 끝없이 추락하는 어머니는 기어코 정답을 찾아냈으며, 혹독했던 겨울의 쇠창살은 진모의 거짓과 허구를 어느새 진실과 분간이 되질 않게 만들었다.
일란성쌍둥이인 이모와 어머니의 삶은 나 안진진의 또 다른 세계선이다. 그녀들의 삶은 진진의 과거이자 현재였고, 또 미래가 될 것이다. 그녀들이 똑같이 나눠가졌던 운명의 형질은 진진에게도 그대로 상속되었다. 나영규를 택한다면 이모의 삶이, 김장우를 택한다면 어머니의 삶이 재현될 것이다. 삶의 모순과 나 안진진은 끊임없이 서로를 탐구한다. 그렇게 딸은 어머니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그것이 인생인 것 마냥, 또 사랑인 것 마냥 김장우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모순은 또 한 번 진진을 비튼다. 어쩌면 이 뒤틀림의 진원지는 진진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들 모두, 인간이란 이름의 일란성쌍생아들이 아니었던가 하는 자각. 생김새와 성격은 다르지만, 한 번만 뒤집으면, 얼마든지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일 수 있는 우리.”
일생동안 '이야기'와 '감동'을 좇았던 작가는 이 두 가지 화두가 결코 모순이 아님을 작품을 통해 증명해 낸다.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렇게 인생을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