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정석- 최고의 조직은 ‘오프 보딩’을 디자인한다
입사보다 중요해진 '이별의 품격'
첫 직장을 떠나던 날, 동료 200여 명에게 작별 인사를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배움과 성장에 대한 감사,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대한 다짐을 담았다. 잠시 후, 사무실은 전화벨과 회신 메일, 심지어 한걸음에 달려온 동료들로 북적거렸다. 갑작스러운 이별을 아쉬워하는 그 진심 어린 모습은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이미 진작에 끝났다. 이제 퇴사는 실패가 아닌 커리어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온보딩(on-boarding)만큼 오프보딩(off-boarding)이 조직의 중요한 역량이 되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의 퇴직 면담은 여전히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러 있다. 떠나는 이는 적당한 핑계로 진심을 숨기고, 일부 리더는 이 자리를 ‘훈계’의 시간으로 삼기도 한다. 결국 조직은 인재를 잃는 진짜 이유를 모른 채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전설이 된 대화: 히딩크는 어떻게 박지성을 보냈나
몇 해 전, 박지성 선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할 당시 스승 히딩크 감독과 나눈 대화를 방송에서 시청할 기회가 있었다. 팀의 핵심이자 애제자를 떠나 보내야 하는 히딩크와, 자신을 키워준 스승을 떠나야 하는 박지성. 서로의 마음은 복잡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지성이 “꿈의 무대이기에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자, 히딩크는 그의 도전을 진심으로 격려하며 보내주었다. 팀의 전력 손실이나 더 큰 무대에서 제자가 겪을 어려움을 걱정하기보다, 선수의 성장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이 대화는 단순한 이적 협상이 아닌, 한 사람의 커리어를 존중하고 응원하는 리더십의 정수를 보여준다.
나 역시 몇 번의 이직 과정에서 최고의 리더들과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들은 떠나는 이유를 경청하고, 더 큰 성공을 위한 통찰력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떠나는 직원을 ‘죄인’이나 ‘배신자’로 만들며 야반도주하듯 사라지게 만드는 조직과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좋은 이별을 위한 리더의 3가지 자세
핵심 인재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리더가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원칙을 나누고 싶다.
1. 훈계 대신 경청하라 (Listen, Don't Lecture)
“바깥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식의 섣부른 조언은 불필요하다. 어쩌면 그는 당신보다 시장의 판도를 더 잘 읽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진심으로 경청하고 질문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 대화 속에 조직이 개선해야 할 점과 인재 유출을 막을 힌트가 숨어있다.
2. 비난 대신 축복하라 (Celebrate, Don't Blame)
자발적 퇴사는 조직에 대한 배신이 아니라, 개인의 커리어 여정에서 내린 주체적인 결정이다. 그의 새로운 도전에 의미를 부여하고 진심으로 격려해주자. 만약 직원이 자신의 커리어 고민을 리더와 솔직하게 나누지 못했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과 조직 문화의 과제일 수도 있다. 아름다운 이별은 남은 구성원들에게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분명 남겨놓는다.
3. 형식 대신 진심을 선물하라 (Create a Positive Last Memory)
작더라도 진심이 담긴 환송은 강력한 힘을 갖는다. 따뜻한 식사 한 끼, 그의 취향을 고려한 선물, 동료들의 마음이 담긴 롤링페이퍼는 떠나는 사람에게 ‘정말 좋은 동료들과 함께했구나’라는 깊은 감동을 남길 것이다. 이 긍정적인 마지막 기억은 훗날 그를 조직의 훌륭한 조력자이자 잠재적 홍보 앰버서더로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