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관리
그 실패의 이유:

성과는 시스템의 결과이다, 방치는 전략의 부재다

by 한준기 last HR guy


저성과자 관리 실패의 단면

몇 해 전, 한 금융회사에 인사총괄임원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인력현황을 살펴보던 중 이상한 케이스 하나가 눈에 띄었다. 한 부장이 장기간 홍콩에서 '해외연수' 중이었는데, 성과 이력이나 보직 흐름으로 보아 연수 대상자라고 보기 어려웠다.

자초지종을 확인해본 결과는 이랬다. 해당 직원은 국내에서 적절히 배치할 만한 업무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해외 프로젝트 참여’라는 명분으로 연수를 떠난 것이었다. 문제는 그가 1년 뒤 연수 종료 시점에 다시 1년 연장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홍콩 측의 확인 결과, 그 프로젝트는 해당 인력 없이도 충분히 진행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 본사의 상사는 이 직원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채, 애매한 시점과 부담스러운 대면을 피했고, 결국 '잠시 나가 있으라'며 해외 연수라는 우회 전략을 택한 것이다.

더 심각한 건 당사자의 인식이었다. 그는 이를 본인이 성과와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믿고 있었다. 부담은 줄고, 연봉은 유지되고, 심지어 영어 학습 비용까지 요청해 왔다. 이 모든 착각은 단지 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저성과자를 관리하지 못하는 구조와 리더십의 태도가 빚어낸 필연이었다.


저성과자 관리 실패의 두 축: 인식의 오류와 실행체계의 부재

많은 조직에서 저성과자 문제는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본질은 두 가지 축, ‘리더의 인식 오류’와 ‘조직의 실행 체계 부실’에 있다.

자주 범하는 인식의 오류- 리더가 흔히 빠지는 세 가지 착각-를 열거해보겠다.


첫째, “이건 내 일이 아니다.”

바쁜 현업 속에서 많은 관리자는 저성과자 문제를 인사팀의 책임으로 넘기려 한다. 하지만 구성원의 성과 문제를 방치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가장 큰 비즈니스 리스크다.

둘째,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 주길 기대하는 건 착각이다. 저성과 문제는 스스로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직은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셋째, “평소에 안 해도, 필요할 때 하면 된다.”

저성과자 관리는 한 번의 액션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관찰, 기록, 피드백, 코칭이 누적되어야 하며, 이는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리더십의 산물이다.


그럼, 운영상의 허점, 말하자면 기술적 실패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섯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저성과자 관리 역량의 부족이다.

본질은 관리자 역량의 결핍이다. 저성과자 관리는 단순한 관리가 아니라, 고난이도의 리더십 기술이다. 그래서 계속 훈련이 필요하다. 목표 설정, 피드백, 동기부여, 지원, 조율—이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둘째, 프로세스 이해부족이다.

성과관리에는 분기별, 연간 단위의 유기적인 흐름이 있다. 초반 설정이 어설프면 후반에 수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셋째, 일률적인 접근방식이다.

성과가 나지 않는 데는 사람마다 그 원인이 사뭇 다룰 수 있다. 개인적인 요인(스킬 부족, 동기 부재)과 환경적 요인(조직 구조, 리더십 문제) 모두를 종합적으로 진단하지 않고 종종 일률적인 방법을 적용하여 풀어보려는 시도는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네째, 심리적 메커니즘 무지이다.

피드백이 없으면 대개 구성원은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변화 유도 없이 방치되면, ‘그럭저럭 괜찮다’는 자기 합리화의 근육만 강화된다. 앞서 서론에서 언급한 화려한 홍콩생활을 했던 부장의 사례도 여기에 해당된다.

다섯째, 노동시장 이해부족이다.

작금의 노동시장은 급속하게 경력직 중심, 핵심인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필요한 핵심역량과 경험을 보유한 한 명 한 명의 구성원이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저성과자 관리 실패는 단순한 퍼포먼스 이슈가 아니라, 자산과 투자 운용 실패에 가깝다.




전략적 전환: 성공적인 저성과자 관리를 위한 세 가지 제언

성공적인 저성과자 관리를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저성과자 관리는 단순한 성과 조정이 아니다. 리더십 철학, 실행 전략, 인재 운용 시스템 전반에 걸친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성장중심 철학으로 전환하자.

성장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당연히 장기적 관점이 유지되어야 한다. 노력했음에도 구성원의 성과가 개선되지 않아 이별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성과자를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로 간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직원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까”를 묻는 문화와 태도, 그것이 시작점이다.

둘째,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자.

앞서 저성과자 관리는 프로세스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과관리 프로세스의 핵심은 시작이다. 애매한 목표 설정은 모든 실패의 씨앗이다. 합의된 목표를 도출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프로세스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인재를 잘 뽑고 잘 배치해야 한다.

스포츠팀을 상상해보자. 성적 잘 내는 최고의 팀들처럼, 조직도 각 포지션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기용해야 한다. 잘 뽑는 것과 잘 배치하는 것- 이 두 가지가 모든 성과관리의 전제가 된다.


저성과자 관리, 더는 미룰 수 없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저성과자 문제를 리더십 관점의 결함과 실행 체계의 부재 속에서 방치하고 있다. 하지만 명심하자. 저성과자를 방치한다는 것은 조직 전체의 퍼포먼스 기준을 낮추는 것이며, 무형의 손실을 조직 내에 계속 축적시키는 일이다.


이제 질문을 한 번 바꾸어보자. "왜 저성과자가 생겼는가?"가 아니라, "왜 우리는 그들을 관리하지 못했는가?"라고. 저성과자 문제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의 문제이며, 조직 전략의 미비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성과관리 시스템을 다시 짜고, 관리자의 역할을 재정의하며, 무엇보다 구성원의 가능성을 ‘회복’시키려는 조직적 의지를 갖는 것 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투자다. 조직의 미래는, 가장 약한 고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저성과자에 대한 관성적 처분이 아니라, 성장에 대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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