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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 Candy Jan 06. 2022

영화 [돈룩업] 리뷰

영화 [Don't Look Up] 에 대한 약간의 줄거리 설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한 천문학자가 엄청난 크기의 혜성이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해, 적당한 조치가 없다면 지구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 충격적인 사실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 고위 관료들, 언론인들, 그리고 대중들에게 알리려고 시도하지만 그들은 들어주지 않는다. 코앞에 닥친 위기는 너무나 쉽게 무시당한다.


이 영화가 현재 지구의 기후위기 상황을 빗대었다는 내용이나, 트럼프 정부에 대한 저격이라는 내용, 무능한 정치인과 돈밖에 모르는 기업가 등 현실을 그대로 담았다는 내용의 리뷰는 이미 너무 많다. 그래서 조금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영화에서는 [혜성 충돌] 이라는 위기 상황을 제시했다. 실제 우리 지구 공동체 앞에도 비슷한 문제들이 놓여 있다. 기후 위기, 차별, 경제적 불평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전 지구적 문제들은 수많은 집단들과 미묘하고 복잡한 상황과 요소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그래서 문제의 원인을 단순하게 몇 가지로 못박기 힘들다. 또 해결 방법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후 위기를 생각해 보라. 기후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무능한 정치인인가? 정치인들만 똑똑했더라면 없었을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돈만 밝히는 기업이 문제인가? 기업이 조금 더 환경에 신경을 썼더라면 없었을 문제인가? 확신하기 어렵다. 마치 히어로 영화에서 악당을 처리하면 모든 상황이 깔끔하게 해결되듯 나쁜 한 가지의 무언가를 없애면 사라질 위기 상황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복잡한 위기 상황이라고 해도, 결국 종착지에는 사람(혹은 집단)이 있다. 현대사회의 문제들은 그 원인이 경제니, 정치니, 사회니, 문화니 떠들어대지만 결국 까보면 사람이 있는 것이다. 경제도, 정치도, 문화도, 사회도 인간 행동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를 - 공동체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각 집단별로' 적나라하게 드러낸 영화 - 라고 받아들인다.





1. 정치인들 : 권력에 눈이 멀다


혜성이 떨어져 지구가 멸망한다는데도 중간 선거가 더 중요하다는 미국 대통령의 모습


공동체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가질 수 있는 문제점은 자신들의 권력 확보를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놓는 것이다. 국민 주권의 대리인에 불과한 정치인들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을 만들거나 집행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권력 획득을 먼저 추구하는 것은 첫째로 도덕적으로 또한 직업윤리적으로 기만적인 행위이자 둘째로 장기적 관점에서 더 큰 이익을 바라보지 못하는 비합리적이고 무능한 사고방식이다. 이런 대처는 결국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하며 위기를 더 극심하게 만든다.




2. 기업가들 : 돈에 눈이 멀다


혜성 충돌을 초기에 막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혜성에 붙어 있는 희귀 광물을 획득해 돈을 벌고 싶어서 일을 그르친 기업가의 모습


공동체의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은 권력에 눈이 멀어 일을 망친다면, 기업가들은 돈에 눈이 멀어 상황을 악화시킨다. 아무리 기업의 목적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지만, 돈을 얻는 대가로 공동체의 문제를 방치하거나 악화시키는 상황이 지속되어 특정 임계점을 넘게 되면 그들 역시 위기의 쓰나미에 휩쓸려 떠내려가게 될 것이다.




3. 언론인들 : 자신들의 존재 목적을 잊다


혜성 충돌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언론의 모습.


언론의 존재 가치는, 정확한 정보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데에 있다. 잘 팔릴 것 같은, 조회수가 많이 나올 것 같은 자극적인 기사들을 통해 시선을 끄는 것이 그들의 존재목적은 아니다. 광고를 통해 자신들에게 돈을 대 주는 기업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그들의 존재목적은 아니다. 자본, 권력과 뿌리깊이 결탁해 언론인의 본질을 망각한 그네들은 이미 언론인이 아니다.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지 않고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기사를 쓰고 보도하는 행위가 영화에서 꼬집은 언론인들의 문제점이다.




4. 각 분야의 전문가들 : 대중을 설득하는 법을 모른다


혜성 충돌 상황을 최초로 발견한 천문학자들의 모습


위 영화에서 천문학자로 대표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문제점은 자신들이 발견한 위기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위의 세 집단에서 드러난 문제점들과는 조금 다르다. 위기 대처에 있어서 위 세 집단의 문제점은 도덕적 결함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대중들을 설득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이 결코 그들의 문제는 아니다. 그들은 메시지 전달에 특화된 사람들이 아니라, 메시지를 찾아내는 데에 특화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과 같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주 섬세하고 효과적으로 그들이 발견한 내용을 전달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바람이자 무책임한 태도라고 본다.




5.. 일반 대중들 : 양비론과 상대주의

혜성이 지구에 떨어지기 직전이 되어서야 현실을 깨닫는 시민들의 모습


1+1=2 라는 사실에 대해서, "네 생각도 일리가 있고, 내 생각도 일리가 있지"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유독 과학과 수학을 벗어난 사회문제들에 있어서는 양비론과 상대주의가 판을 친다. 각자 생각이 다른 것이고 그걸 존중하자는 말은 제발 그만 좀 해라. 양쪽 다 일리가 있다는 양비론과 모든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자는 상대주의는 써먹을 곳이 있고 써먹을 수 없는 곳이 있다. 그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지금 지구에 닥친, 우리 공동체에 닥친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양비론과 상대주의를 지나치게 들이미는 사람은 배려심이 넘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무지한 것이다.


달리는 기차 위에서 중립은 없다는 말이 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 모두의 각자 다른 생각들을 존중해주자고 외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전문가들이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고 지적할 때,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때, 대중의 사고와 행동이 변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칠 때를 상상해 보자. 뭐 좀 더 많이 아는 전문가라고 해서 일반 대중들을 감히 가르치려 든다는 눈꼴시려움을 느낄 것이 아니라, 수용자인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이 콧대가 높아서 남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건 아닐까 한번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


정치인들, 기업가들, 언론인들, 전문가들에게는 없는 힘이 대중들에게있다. 대중들은 마음만 먹으면 위의 모든 집단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물론 현실의 수많은 문제들에 있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느꼈던 경험이 많을 것이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 삶은 포기하고 내 몸을 내던져야만 깨어 있는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냥 무시한다 or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중 선택할 수 있는 사소한 순간들이 눈앞에 왔을 때, 후자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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