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돈으로 치환된 현실
제작 : 스튜디오 329
감독 : 김진민
각본 : 진한새
방송 : 넷플릭스, 2020.04.29.
등급 : 청소년관람불가
출연 : 김동희(오지수), 정다빈(서민희), 박주현(배규리), 남윤수(곽기태), 최민수(이왕철), 김여진(이해경), 박혁권(조진우)
[포스터 및 정보 출처 : 넷플릭스]
글쓰기를 통해 무엇인가 쓰는 작업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우리글과 말이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식민지화되어 있는지 느낄 것이다.
또한 이상한 심리적 우월감으로 병들어 있다. 굳이 ‘가방’이라고 안 하고 ‘백’이라고 한다. 숟가락, 젓가락같이 예쁜 말이 있어도 스푼, 스틱이라 말한다. 병원을 가보면 일반인들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대부분 영어)로 자기들끼리만 소통한다.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법도 관련 용어를 보면 이게 중국말인지 우리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워 기본적 평등에 위배된다는 생각이다.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 가졌다는 사람들일수록 이 현상은 더 심하다. 안 해도 되는 혀 굴림을 해야 더 우월하고 잘난 것 같은 느낌. 그거 사실은 굉장한 열등감이다.
고민하고 개혁에 앞장서야 할 언론이나 출판, 공공기관에서 오히려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 현상을 지적하면 난데없이 ‘국뽕’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말로 지탄받는다. 좋아하는 건 ‘신사임당’ 다음으로 ‘세종대왕’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말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내고, 가치관과 이념, 정신세계까지 짐작하게 한다.
그래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했을 때 가장 먼저 제거하려 했던 것이 바로 우리글과 우리말이었다.
글과 말을 빼앗기면 정신과 영혼을 빼앗기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죽은 것이다.
정신과 영혼이 죽으면 ‘꿈’은 쉽게 ‘돈’이 된다. ‘희망’도 미래도 모두 오로지 ‘돈’으로 치환되고 만다. 따라서 청소년을 포함한 그 누구라도 올바른 말과 글을 써야 한다. 우월감을 느끼려거든 독창적인 우리말과 우리글을 가졌다는 우월감을 느껴야 한다.
그밖에도 젊은이들에게 ‘꿈’이 ‘돈’이 되어버리는 이유로는, ‘집’이라 쓰고 ‘투자’라 읽는 불안정한 주거환경이라던가 비교, 차별이 일상화된 사회, 점점 벌어지는 빈부격차로 인한 불안감, 어른들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 등, 셀 수 없이 많겠지만, 그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되, 불평만 늘어놓거나 주저앉아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먼저 잃은 것보다는 아직은 남아있는 것을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따뜻한 심장을 가진 존재임을 잊지 말자. 슬플 때는 뜨겁게 눈물 흘리고, 화가 나면 불같이 화도 낼 수 있어야 한다.
부당함에도 무작정 ‘인내’와 ‘묵묵함’만을 강요하면 변하는 것은 없다. 부당한 것은 따져야 하고 잘못된 것은 고쳐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정신이 살아있어야 하고 끝없이 생각해야 한다. 건전한 마음으로 ‘고집’이 아닌 ‘의지’를 지녀야 한다.
‘꿈’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꿈뿐 아니라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그것은 경제적 가치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가 가치를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인간 수업>의 제목처럼 ‘인간’이란 그냥 성장하는 게 아니라 경험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끝없이 공부해서 알아가야만 하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최종적 ‘꿈’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드라마 한 편을 보고 우리 사회에 비춰 보았다. 위에 제시된 문제들에 대한 정답은 나도 모른다. 누구라도 선뜻 정답을 말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하지만 질문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한다는 것은 좋은 시작이라 믿는다. 이 글은 그런 의미를 끌어내고자 썼다.
템포가 너무 빠르고 요령이 부족해 문장이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다. 그러나 결코 후회는 없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