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들여다본 세상
정말 끔찍한 장면은 장로가 죽어 쓰러진 백의사신의 시신에서 일본도를 빼내어 피를 털어낸 후 칼집에 집어넣고는 근엄한 태도로 “끝났다”라는 대사를 날리는 장면이다. 바로 이 장면이 이 영화에서 이제껏 숨겨왔던 실제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먼저 이 장면이 끔찍한 이유는 죽은 시신에서 칼을 뽑아 피를 털어내고 칼집에 넣어지는 일본도가 갖는 상징과 연기자가 보여주는 태도에서 느껴지는 의미 때문이다.
먼저 적으로부터 칼을 되찾아 피까지 털어낸 후 챙겨 넣을 만큼 그에게 일본도는 소중한 것이며, 이는 곧 욱일기가 상징하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거의 실제 주인공인 장로 역의 일본 배우 ‘사나다 히로유키’가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라는 점도 그렇지만, 미국식 코믹 액션 영화에 나타나 누가 뭐라든 홀로 유유히 진지한 표정으로 정통 사무라이 드라마를 찍고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된 바가 있다는 점이다.
그 의도된 바가 단순히 ‘일본도는 세계 최고의 칼이다’ 같은 예전에 고집하던 메시지를 넘어서 있다는 데 위험 요소가 있으며, 그 메시지는 특히 현재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동아시아의 정세를 향해 던지는 위협적인 메시지 같았다.
일부러 현재 한반도 주변의 돌아가는 상황에 짜 맞추지 않더라도, 기존 할리우드 영화에서 일본도나 사무라이가 나왔을 때와 같은 단순한 ‘칼 자랑’과는 차원이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소하게 나오는 일본의 문화적 배경이야 영화의 배경이 일본이고, 일본에서 운행되는 고속열차 ‘신칸센’이니 그렇다고 쳐도, 느닷없이 등장하는 사무라이식 결투와 일본도로 연결되는 흐름은 그 의미가 다르다.
일본이 그토록 자랑하는 일본도는 결국 생명을 빼앗는 살인 도구다. 영화에서도 복수를 위해 살인하는 도구로 쓰인다. 게다가 잔혹하기 그지없다. 일본도는 역사적으로 봐도 호신용이라기보다는 공격용이며 특히 살인을 위한 도구다. 그러므로 순수한 무사도 정신으로 포장한다 한들 잔인한 폭력성을 상징한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나아가 21세기가 된 지금도 욱일기와 더불어 일본의 제국주의와 침략주의적 근성을 나타내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총알(불릿)을 제목에 내세운 영화에서 일본도를 꺼내 휘두르는 장면도 어처구니없지만, 칼을 회수하며 마치 엄숙하고 숭고한 어떤 사명을 다한 것 같은 태도를 취하는 모습에서, 아직도 반성은커녕 호시탐탐 과거의 재현을 꿈꾸는 일본의 침략주의와 폭력에 대하여 예를 올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마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은연중에 정당화하는 암시 같기도 하다.
이런 의도를 숨기기 위해 두목의 복수라는 그럴듯한 포장을 했지만, 따져보면 복수의 이유와 방식도 위에서 설명한 폭압적 정서에서나 합당한 것이다.
야쿠자는 그저 깡패집단이며, 국제적인 범죄조직일 뿐이다. 거기에다 조직원으로 있던 부하가 가족도 아니고 자신의 경고를 무시하다 살해당한 어리석은 두목을 위해 살인을 감행한다는 것이 이 영화 내용의 전부다.
이것은 결코 엄숙하고 숭고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깡패들의 죽고 죽이는 얘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킬러들 간의 3류 복수극을 부각하려 했다면 감독의 다른 작품이었던 <존 윅>의 킬러처럼 총을 사용하거나 닌자의 나라답게 암살을 계획했어야 한다. 굳이 일본도를 휘두르고 사무라이 분위기를 풍기며 심오한 표정으로 큰일이라도 해낸 영웅처럼 묘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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