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읽고 #2/5

세월호 참사는 결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by 마지막 네오

가족 중에 누구 한 사람이 아프기만 해도 속상한데, 누군가의 자리가 어느 날 갑자기 비어 있다면 거기에서 생겨나는 공허감은 그저 ‘슬프다’로는 다 표현되지 않을 것이다. 참여자들의 말에도 하나같이 그런 아픔이 들어있었다.

아직은 경험이 없는 터라 그리움이 어떤 감정인지조차 잘 모를 때, 평소에 투닥거리던 형제자매를 그리워해야만 하는 것을 어떻게 다 형언하겠냐마는, 진솔하게 꺼낸 한마디 한마디에 배어있는 감정은 공감을 넘어 가슴이 메었다.


참여자들은 대부분 넉넉하지 못한 일반 서민 가정에서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평범함 속에 특별함이 있다 했던가! 참여자들의 기억에는 한결같이 소박한 미래의 꿈이 있었다.


휘범이는 그림을 잘 그렸고, 진웅이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미용사를 꿈꾸었다. 시연이는 음악을 좋아해서 춤과 노래를 즐겼으며, 성연이는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던 ‘최혜정 선생님’을 그리며 그에 못지않은 선생님이 되고자 한다. 또 태준이는 당시 여섯 살이던 권혁규 군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떠나보낸 친구 선균이와 요한이를 그리워한다. 그래서 태준이는 강인한 군인이 되어 주위 사람들을 지켜내고자 마음먹는다. 참으로 멋지다. ‘해경처럼 겉만 번드레하게 하진 않겠다. 사람들이 올라오는 걸 받아 챙겨갖고는 구했다? 정말…’ 하며 말을 끝맺지 못하는 기막힘에 함께 공감하고 분노한다.


참여자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편견에 상처를 입었다.

생존한 사람은 자신만 살아 나온 것 같은 죄책감을 느껴야 했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더 큰 슬픔이 될까 봐 걱정했다. 형제자매를 잃은 사람들 역시 그들대로 당시 상황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도 생존한 사람에게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날의 공포를 다시 불러일으킬까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이렇게 서로 똑같이 잃은 소중함에 대한 그리움이 같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간극이 있었다.

선한 배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삐뚤어진 편견은 이 틈을 비집고 들어 이간질하는 지경에 이른다. 편협한 시선과 악의적 태도로 뇌 없이도 사람이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들이 저지른 짓은 아물어가는 상처에 사포질을 한 것과 같은 만행이다. 결코 인간으로서는 가능하지 않은 악마적 본성만이 남은 찌꺼기들임을 자임했다.


그런 참여자들의 상처를 보듬어 준 것은 또래 친구들이었다.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라 헤매면서도 길어지는 ‘진실 찾기’에 지친 부모님들께 자신마저 짐이 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 꽉 막혀 답답한 마음을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조금씩 풀어간다. 자신도 다른 누군가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했던 얘기도 툭 꺼내놓으며 함께 울고 함께 웃었던 친구들.

그렇게 잃은 것에 대한 아쉬움만큼 새롭게 얻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선한 마음은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선한 방향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참여자들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내면 깊은 곳에서 면면히 흐르고 있지만 참을 수 없는 분노다.

때로는 그 대상을 특정하지 못해 더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모두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어른들에게 실망하곤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렵다는 시우,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권리만큼 책임에도 충실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말하는 준혁이, 우리 사회가 생각보다 훨씬 쓰레기라고 직설하는 하은이, 이젠 정치와 언론을 믿을 수 없다는 채영이, 해경은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희은이, 구조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탈출이었다고 말하는 애진이, 나라와 사회 전체에 실망했다는 성은이, 아예 진실이 밝혀져도 여전히 힘들 거라고 체념해버린 태우까지.


우리는 무엇이 그들을 화나게 했는지 생각해봐야만 한다. 무조건 덮고 지나면 시간의 흐름에 다 잊어버릴 것이라고. 그게 대한민국의 국민성이라고. 그렇게 각인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사람이 짐승과 구별되는 것은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졌기 때문인데, 내 일이 아니라고, 먹고사는 것도 바쁜데 뭘 귀찮게 허구한 날 세월호 타령이냐고? 가슴에 손을 얹든 가만히 눈을 감든 스스로 양심에 귀 기울여보라.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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