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짐이 전부다 1
☞ 본 글에서 인용한 모든 문장은 본서 <공부란 무엇인가>에서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책 <공부란 무엇인가>는 1부를 통해 공부의 ‘준비 개념’을 잡았다면, 이제 2부에서는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본격적인 강의를 연다.
먼저 ‘2부 공부하는 삶: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은 다음과 같은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수업은 여러분들의 지적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수업 첫 시간
정신의 척추 기립근을 세우기 위해서―공부의 기대 효과
인생 역전 만루 홈런은 없습니다―공부의 생애 주기
지적인 헛소리를 하지 않으려면―공부와 체력
유학이란 무엇인가―고독과 자율
연구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심화 학습의 시간
바로 이전에 얘기했듯이 제목은 중요하다. 그래서 나도 책을 펴 들면 목차를 다 읽어본다. 큰 제목과 작은 제목들까지 세세히. 그러면 그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대충 보인다.
심지어 저자의 생각을 읽어내며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해 볼 수도 있다.
때로는 영리한 저자들은 제목 수준에서부터 술래잡기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제목만 봐서는 추리를 아무리 해봐도 책 내용을 유추해 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제목을 잘 짓는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필력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나는 삼류 축에도 못 든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 더럽게 제목을 못 짓는다.
다른 사람이 지은 제목은 그나마 조금 읽어내는 편인데, 왜 스스로 짓는 제목은 엉망일까? 흠…
아무튼 2부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본격적인 ‘지식 탐구로서의 공부’와 공부해야 하는 이유, 공부의 적기는 언제인지,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과정이 있는지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첫 단락인 ‘이 수업은 여러분들의 지적 변화를 목표로 합니다―수업 첫 시간’은 마치 대학 강의 첫 시간처럼 풀어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수업 첫 시간이니 진도를 나가지 않고 이 수업의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한 학기 동안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다. 책을 펴 들었을 뿐인데, 나는 어느 대학교 강의실에 들어와 앉아 있었다.
그것도 첫 시간이라 진도를 나가지 않는다고 하니 마음도 편하다.
그렇다고 이 단락을 휘리릭 넘겨버린다면 큰 잘못이다.
이 단락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2부 전체의 핵심이자 어쩌면 책 제목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일지도 모른다.
강의는 이어서 아래와 같은 말로 이어진다.
“우선, 이 수업이 필수과목이 아니라 선택과목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해서, 졸업을 위해 억지로 들을 필요는 없습니다.
듣고 싶어서 듣기 바랍니다.
학점을 따려고 필기 내용을 달달 외운 뒤,
시험 때가 되면 토사물 뱉듯이 뱉어놓고 내용을 잊어먹으려거든,
이 수업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학점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나 과정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학생,
자발적으로 내용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
그리하여 자기 갱신을 이루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이 수업은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나 역시 먹고살기 위해서 할 수 없이 하는 일,
월급을 받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하는 일에 임하듯이
수업에 임하지는 않겠습니다.
최대한 여러분의 발전을 돕고자 수업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예상 적중이다.
무엇에 임하든, 가장 중요한 바탕은 ‘마음가짐’이다. 배우고자 한다면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고, 누군가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 줄 때도 나름대로 다짐과 마음가짐은 중요하다.
편하게 하는 말 같지만 이미 가르침은 시작된 것이다. 이미 시작됐음을 아는 이는 가장 기본적인 큰 가르침을 깨달았을 테고, 아무 생각 없이 학술적인 지식만을 목적하는 사람은 귀담아듣지 않았을 것이다.
이 글의 앞부분에서 ‘좋은 책’과 ‘좋은 스승’을 언급했었다. 그 판단의 밑바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공부(배우고 가르치는 모든 것을 통틀어)에 임하고 있느냐 하는 것.
복잡한 수학 문제를 거뜬히 풀어내고, 현란한 혀 놀림으로 외국어에 능숙하고, 화학, 의학, 물리학의 복잡한 공식들을 달달 외우고, 법과 경제 원리에 빠삭하다고 해도, 그 실력으로 폭탄을 만들고, 테러를 저지르고, 전쟁을 일으키고, 사기 치고, 속이고, 거짓말하고,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을 경시한다면 그런 사람을 과연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오직 돈과 권력, 사리사욕에만 몰두한다면, 그래서 성공하고, 돈 잘 벌어 엄청난 부를 쌓고, 권력을 잡고, 세상의 꼭짓점에 올라선다면, 그것이 과연 행복일까?
누군가는 공부하는 이유가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타인과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무기라고 말한다. 짓밟고 올라서는 것이 당연한 권리처럼 말한다.
그런 견해와 비교했을 때, 나는 전적으로 이 책 <공부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김영민 교수의 생각에 동의한다. 수십 년간 학자로서 공부하며 현재 시점에 섰을 때, 여전히 초심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좋은 책’과 ‘좋은 스승’에 대한 나의 선택이 올바른 판단이었음을 느낀다.
(#5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