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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Jul 03. 2023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 #13/14

제목 분석으로 본 <낭만닥터 김사부> 10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진중하고 무겁기만 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도 좋지만, 이쯤에서 재미난 상황도 하나 필요할 것 같다는 제작진 회의가 있었을까?

극의 흐름은 마지막 회인데도 불구하고 우연화와 도인범 사이에 끼인 박은탁의 개입으로 인해 병원 식구들 모두가 나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도인범은 윤서정을, 우연화는 강동주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윤서정과 강동주는 그 사실을 공유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이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재미있는 해프닝이었다.


보통 드라마의 마지막 회의 정수는 출연자들 모두가 모여 축제와 같은 장을 선보이는 흐뭇한 광경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도 그 공식을 따르는 모양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처럼 병원 식구들 모두 모여 회식을 갖다가 늘 그렇듯 응급환자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가 급히 병원으로 복귀하면서 그들의 일상적 현실을 강조한다.


ⒸSBS TV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 모습은 <어벤저스>의 영웅들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멋지다. 비록 세상을 구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어려운 사람을 구하는 일은 규모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그 안에서 성취와 즐거움을 찾아가는 것. 그런 면에서 지구를 구하는 <어벤저스>와는 다르지만, 그것 이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 것이다.


‘낭만 보존의 법칙’은 아마도 ‘질량 보존의 법칙’을 모방한 제목 같다. 인용한 원제목과 같이 ‘물질은 갑자기 생겨나거나 없어지지 않고 그 형태만 변화할 뿐 항상 그대로 존재한다.’는 정의처럼 김사부와 돌담 식구들에게 ‘낭만’은 같은 의미로 존재한다. 그 이름이나 의미의 학술적 정의 파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낭만’이라는 의미로 많은 사람이 하나 된 마음 안에서 합치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 누구도 억지로 이 조직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웹툰 작가 정진영(신승환 연기)은 깨어난 신회장 옆에 누워 있던 환자다. 신회장과 같은 심장 질환이기에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병실에 누워 있는 동안 신회장은 많은 것을 직접 보고 느낀다. 그리고 정진영 환자의 안타까운 사연도 접하게 된다. 신회장은 주지배인을 시켜 정진영의 재능을 사는 방식으로 그의 수술비를 전액 지원한다. 정진영은 그것에 보답이라도 하듯 신회장의 뜻을 만화로 그려 김사부가 볼 수 있도록 전달한다. 신회장이 수술 전까지 감추었던 신회장과 김사부 사이의 비밀이 짧은 만화로 전달된다.


의(義)란 무엇일까? 신회장이 모든 것이 정리된 이후에야 김사부에게 이 비밀을 밝힌 이유도 거기에 포함된다. 만약 신회장이 김사부에게 그가 자신의 은인이라는 것을 먼저 밝혔더라면, 김사부의 판단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아니 의도와 순수함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행간을 읽어내는 것이다. 신회장은 의인(義人)이라고 적지 않고 의인(醫人)이라고 표기함으로써 자신의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했다. 이 또한 ‘낭만’적이라 할 수 있겠다.


ⒸSBS TV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루었다. 기본적인 큰 틀에서는 우리 사회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시작으로 권력과 자본이 저지를 수 있는 만행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불평등, 불공정을 다루면서, 매 화마다 음주운전, 군대 내 폭력, 학교 폭력, 성폭력 등 여러 가지를 다루었다. 제작진은 이런 예민한 사회적 문제들을 다룬 김에 하나 더 손대기로 작정한다.


번외편의 제목은 ‘그 모든 것의 시작’이다. 번외편의 제목을 보면 복잡하게 확장된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나름대로 정리해 준다는 의도가 느껴진다.


거대병원 본원에서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 김사부가 어떻게 돌담병원에 있게 되었는지, 윤서정 이전에 이미 돌담에 있던 여원장과 남도일은 어떻게 돌담에 있게 되었으며 김사부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사실 번외편 하나로 설명되기에는 그리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번외편’이 아니라 우리도 미국처럼 ‘스핀오프’를 고민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다. ‘스핀오프’ 형태로 따로 뽑아 ‘프리퀄’ 형식으로 이야기를 담아낸다고 해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번외편은 한 사람의 방문과 두 통의 편지로 시작된다. 먼저 김사부의 옛사랑 ‘이영조(김혜수 연기)’가 돌담병원에 방문한다. 이영조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김사부는 놀랍기도 하지만 내심 너무나 반가운 눈치다.


두 통의 편지는 강동주에게 외국에서 날아온 한 통의 편지와 남도일에게 전해진 법원판결문이다.

먼저 남도일의 편지는 그의 부담이었던 소송 건이 각하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강동주에게 온 편지는 강동주가 편지를 숨기면서 알고 보면 단순한 내용을 드라마틱한 작은 소동으로 바꾼다.


번외편의 핵심은 김사부의 옛사랑 이영조의 방문이다. 그녀는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김사부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러 찾아왔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돌담병원이 생겨난 연유도 밝혀진다. 처음에 원장인 여운형이 갈 곳 없는 남도일과 김사부를 거두었고, 김사부가 윤서정을 만나게 되면서 경찰서에서 알게 된 오명심을 불러들였다.


두 중년 배우 김혜수와 한석규의 오글거리는 과거 회상 장면은 건너뛰기로 하자. 별로 할 말이 없다(솔직히 많이 부럽다).


영조는 자기가 활동하고 있는 봉사단체에 있는 중국 여성의 수술을 부탁하고자 찾아왔다. 그 어떤 병원에서도 그녀를 받아주지 않아서 염치 불고하고 김사부를 찾아온 것이다. 갈색 세포종과 악성 고혈압이라는 병명 자체도 문제였지만 환자를 병원마다 거부한 진짜 이유는 HIV 파지티브(에이즈 양성반응) 환자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사부는 여원장과 돌담 식구들을 설득해 수술을 하겠다고 했고, 영조는 환자를 데리고 방문한다. 영조와 함께 병원에 들어서는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차갑고 냉정하다. 영조는 겨우 그녀를 안심시키며 병원으로 들어선다.


수술에 들어가려고 하는 김사부와 강동주를 가로막는 송현철과 장실장. 송현철은 김사부가 사적 관계인 이영조의 부탁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화를 듣고 있던 영조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들의 대화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14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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