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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Jul 04. 2023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 #14/14

시즌1의 마지막 번외편까지 끝을 맺고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여기 번외편의 핵심인 영조의 대사를 옮긴다.


“알아요. HIV 감염 환자를 수술한다는 거 당연히 무섭겠죠. 그런데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게 뭔지 알아요? 바로 당신들 편견이에요!”


젠장, 김사부는 본인도 더럽게 멋있지만, 옛날 애인마저 너무 멋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번외편이긴 하지만 이 드라마는 <낭만닥터 김사부>다. 산탄총에 맞은 응급환자가 급히 실려 오고, 강동주가 이영조와 함께 총상환자 쪽을 맡게 된다. 손목이 좋지 않은 김사부가 혼자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들어가서 보니 거기에 도인범이 기다리고 있다. 도인범은 에이즈 감염이 두려워 절대로 수술실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했었기 때문에, 그의 심경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가늠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SBS TV


혹시 뭐 참고할 만한 사항이 있을까 싶어 SBS 홈페이지의 <낭만닥터 김사부> 시청자 게시판을 둘러보았다. 2023년 6월 현재 699건의 게시글이 있었는데, 다 읽어보지는 못하고 몇몇 글을 읽어보았다.


응원과 격려 글이 많기는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방송 자체에 ‘배 놓아라 감 놓아라’ 하는 분들은 여전했다. 같은 글을 같은 제목으로 여러 번 반복해서 올리신 분도 있고, 시청자 게시판에서까지 정치색을 드러내며 싫은 소리를 쓴 분도 있고, 배우 캐스팅이나 연기까지 참견하며 바꿔야 한다느니 마느니, 좀 눈살 찌푸리는 글도 많이 눈에 띄었다. 문득 제10화에서 음주운전으로 빙판길 6중 추돌 사고를 일으킨 음주 운전자(이강욱 연기)의 어머니(추귀정 연기)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를 알고 싶다면 10화~11화를 다시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애니메이션이든 소설이든 음악이든 그림이든, 제발 하나의 ‘작품’을 그냥 ‘작품’ 자체로 봐줄 수는 없는 것일까?


물론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잘못되었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시청자 게시판에 지적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특정 단체나 관련 직업군 등에서 항의하는 글이나 ‘이건 이래서 이렇게 고쳐라’, ‘저건 이러니까 저렇게 고쳐라’ 하는 글들은 동의가 어렵다. 정말 심각하게 따질 문제라면 SBS를 찾아가거나 전화로 문의할 일이다. 시청자 게시판은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적 영역이다. 무엇보다 이런 작품들은 대부분 픽션(Fiction)이다. 즉 허구적인 이야기라는 말이다.

‘토끼와 거북이’에서 토끼가 거북이한테 지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따지면서 이야기를 고치라는 것과 같은 짓이다.


메디컬 드라마라 그런지 그 계통에 종사하는 분들의 글도 많았다. 일반적인 글도 있었지만, 직업적인 우월감에 빠져 지적하기에 바쁜 글도 있었다. 이런 부정적인 글의 문제는 읽는 사람 기분까지 나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런 게시글을 쓴 분들에게 김사부 말투를 빌어 말하자면, “거, 나름대로 공부 좀 하신 분들이… 거참, 할 일들이 그렇게 없어요?”라고 전하고 싶다. 하기야 우리나라는 개그도 풍자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비판받는 현실이니… 답~답~하다.


수술이 끝난 후 김사부와 이영조는 다시 김사부의 사무실에서 오붓하게 커피를 마신다.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사무실에는 그룹 비틀스의 멤버였던 존 레넌(John Lennon)의 <오 마이 러브(Oh My Love)>가 은은하게 흐른다. 이영조의 대사처럼 음악은 신비롭다. 엄청난 여운을 남기며 축약된 두 사람의 대화에서 아쉬운 감정을 그림 그리듯 한 번에 메우고 있다. 다정하게 내준 김사부의 어깨에 기댄 이영조는 혼잣말처럼 말한다.


“우리는 왜… 그 시절을 놓쳤을까?”


카메라는 곧 울 것 같은 김사부의 표정을 잡아낸다. 배우 김혜수 역시 대단한 배우다. 이 짧은 대사와 허공에 머무는 시선, 특히 말을 끝내고 미세한 떨림으로 감는 눈을 통해 말로는 설명하기조차 어려운 감정을 전달해 낸다. 연기 고수 두 사람이 이루어낸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기에 더욱 간절하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은 ‘낭만’이든 ‘로맨틱’이든 둘 다 잘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더욱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들어 분석해보고 싶은 욕심이 나는 작품이기도 했다.


ⒸSBS TV


그만큼 이 시대에 필요한 감성을 담고 있고, 필요로 하는 진짜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참된 스승과 제자는 어떠해야 하는지도 들어있다. 존경과 존중, 믿음과 신뢰, 연대와 행복에 관한 이야기도 가득하다. 그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나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까지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글 앞쪽에서 밝힌 대로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도 더러 있다.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분명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한계 내에서 대중문화 상품으로 희석된 부분은 작품이 담고 있는 철학과 교훈을 많은 일상적 소비의 형태 중 하나로 치환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훌륭하고 좋은 작품은 일시적인 대중문화 상품으로써 소비되고 말기보다는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선량한 영향을 끼치며 남기를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기 위해 찾아본 간단한 정보를 공유하고 글을 끝맺고자 한다.


*CS와 GS 등 의료학과의 종류

CS(Cardiothoracic Surgery, 흉부외과)
- 주로 가슴에 위치한 심장과 폐와 관련된 질환을 치료한다.
- 심장, 폐, 동맥, 식도, 흉선 같이 생명과 직결되는 부위를 수술하기 때문에 굉장히 난이도가 높다.

GS(General Surgery, 외과)
- 위, 소장, 대장, 간, 담도, 췌장 같은 주로 소화기관 장기들을 수술한다.

NS(Neuro Surgery, 신경외과)
- 머리에 위치한 두개골, 뇌, 척추신경 등을 수술한다.

OS(Orthopedic Surgery, 정형외과)
- 팔, 다리와 허리 척추를 수술한다.
- 머리와 내장 기관을 빼놓고는 대부분이 이 과에 속한다고 보면 된다.

PS(Plastic Surgery, 성형외과)
- 얼굴 부위를 변형하는 수술로 유명하다.
- 미용으로 대중화되어 있지만 기형적 부위를 고치는 것도 포함한다.

그 외
OPH(Ophthalmology, 안과), ENT(Ear Nose Throat, 이비인후과)
DNT(Dentisty, 치과), URO(Rrology, 비뇨의학과),
OBGY(Obstetrics & Gynecology,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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