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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Sep 01. 2023

그해 우리는 #1/6

청춘, 젊은 날의 이야기... 시작!

√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SBS 2021.12.06.~2022.01.25. 16부작
연출 : 김윤진, 이단 / 극본 : 이나은
출연
최우식(최웅 역), 김다미(국연수 역), 김성철(김지웅 역), 노정의(엔제이 역), 박진주(이솔이 역), 안동구(구은호 역), 전혜원(정채란 역)
조복래(박동일 역), 박원상(최호 역), 서정연(이연옥 역), 차미경(강자경 역)     


01. 청춘, 젊은 날의 이야기... 시작!


세상 돌아가는 게 엉망이 아니어도 살다 보면 때로는 세상과 상관없이 생활이 엉망이 될 때가 있다. 누구에게나 개인적으로 마냥 행복할 때도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시간이 흘러가는 자체가 힘들 때도 있다. 그렇게 세상이나 개인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시적인 압력이 없어도 때로는 삶 자체가 숨 쉬고 사는 게 힘들 만큼 어려운 때가 있다.


세계의 정세나 정치적 스트레스, 전쟁, 천재지변, 전염병, 각종 사회문제, 숱한 범죄와 자극적인 유혹,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 오는 떨쳐내기 힘든 어려움… 사는 게 힘들고 피곤하고 어렵고… 깊은 한숨 내쉬며 올려다보는 하늘은 멀고 먼 딴 세상처럼 푸르고 아름답기만 하다.


그럴 때,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도피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산속? 절? 섬? 오지? 밀림? 어디가 되었든 아마도 사람이 좀 없는 곳이 아닐까?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힘든 것은 늘 사람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상처받은 사람이 진정 치료받고 위로받을 수 있는 것 역시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하늘이 아름다운들, 제아무리 산과 물이 푸르고 싱그러운들, 그들은 그들대로 시간을 떠가는 풍경일 뿐. 모든 것들로부터 떨어져 잠시 그 앞에 앉아 있으면 차분해지는 것은 맞지만, 그 이상도 이하로도 더 이상 변화할 수는 없음을 느낀다. 그건 사람이 자연의 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자연과 분명하게 차별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무엇. 삶이란 어쩌면 바로 그 충당을 위해 소비되어야 할 시간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과 시간 그리고 자연을 동시에 이야기하면 사람은 늘 영겁 안에서 너무나 작아진다.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길게 잡아봐야 겨우 100년.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라고 한다면, 약 열두 살에서 서른쯤까지. 흔히 이때를 가리켜 ‘청춘(靑春)’이라고 한다.


청춘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겠지만, 나는 그 시점이 가장 아름다운 이유를 위에서 말한 이유에서 찾는다. 무엇이든 치열한 순간, 무엇이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기에. 물론 그 시절에는 그걸 알 수가 없다. 마치 행복이란 것이 가까이 있을수록 절대로 그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 수 없듯이.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불안감과 알 수 없는 슬픔, 아픔, 고통으로 점철된 채, 아무리 그 이유를 생각하고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그때. 섬이든 오지든 절이든 어느 곳으로도 피할 수 없는 그때. 눈앞에 펼쳐진 행복인지 불행인지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직시해야만 하는 그때. ‘청춘’의 아름다움은, 이상한 얘기 같겠지만 그렇기에 아름다운 것이고, 그렇기에 가치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되돌아보는 과거는 그저 과거의 푸른 시절에 대한 아련함이라기보다는 그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많을 것이다. 시간이란, 늘 아쉽기만 할 뿐, 좀 더 나은 무엇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2011년 5월이면 밀레니엄이 한참 지난 어느 날이다. 그 이전 세대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청춘들의 새로운 시선이 펼쳐진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시간 내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만, 청춘들의 연애 이야기도 시대를 타고 변화했다. 따라서 이전 세대인 나에게는 아주 색다른 점이 있었고, 관찰자 시점에서 비추는 카메라의 눈은 시간과 같이 그 내부에 있는 당사자들은 느끼지 못하는 영상을 사진처럼 기록한다.


휘영고등학교 전교 1등 국연수와 전교 꼴등 최웅의 만남은 사실 입학식 날 까칠한 눈인사로 시작했다. 이후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일상을 다 접어두고 새로운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같은 세계에 살고 있지만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여기 두 사람도 바로 그런 사람이다. 19살이긴 해도 아직 청소년이며 학생이던 두 사람은 아직 그런 세계와 세상의 다름을 알지 못했다. 그저 자신 앞에 맞닥뜨린 현실에 대해 사회적인 자존감이 자존심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런 이유로 전교 1등임에도 불구하고 촬영에 동의한 국연수는 금전적인 이유였고, 최웅은 절대적인 부모의 지지에 못 이겨 참여하게 된다는 설정을 드라마는 충실하게 보여준다.


자의든 타의든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생각지 못했던 감정의 변화는 예상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악다구니 치며 서로를 배척하는 듯 하지만, 청춘남녀는 순수하게 그럴 수만은 없다.


‘청춘’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그 안에 항상 봄이 있기 때문이다. 봄은 따뜻하고 만물이 생명을 피우는 때다. 사람에게 있어 생명을 피운다는 것은 홀로 격리된 삶이 아니라 만남에 의해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만남은 변화를 이끈다. 특히 청춘남녀의 만남은 예상하기 쉽다. 결코 그것을 부정하려 애쓴다고 해도 별 소용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청춘은 그 안에 이미 아름다운 봄이 있기 때문이다.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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