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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네오 Jul 02. 2023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 #12/14

제목 분석으로 본 <낭만닥터 김사부> 9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치 않는 분은 읽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도윤완이 심은 의심은 바로 강동주와 김사부 사이에 충돌을 일으킨다.


제19화의 제목은 ‘의인(義人)과 의인(醫人)’이다. 발음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의미다. 의미는 완전히 다르지만, 의사라는 직업이 사람 생명을 다루는 직군이라는 점에서 보면 사실 가장 같은 의미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의인(醫人)’은 누구보다 ‘의인(義人)’이어야 하지만 현실적인 이해타산에 얽매인 나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인간이 가장 나약한 지점은 타인과 연결된 감정선이다. 강동주가 의사로서의 개인과 아들로서의 개인에서 이해할 수 있는 지점과 이해하고 싶지 않은 지점을 선명하게 짚어낼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보면 이제껏 강동주에게 닥친 시련 중에 가장 큰 문제일 수도 있다. 물론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고 해도 눈에 보이는 의심으로 시작된 확고한 현실 앞에 객관적이니 합리적이니 하는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렵다. 그만큼 의심의 힘이란 실로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신뢰와 믿음의 힘, 진실은 항상 그 힘을 능가한다.


도윤완은 신회장의 수술에 참여한 인원 중에서 김사부만 쏙 빼놓고 나머지에 대해 언론에 대서특필되게 만든다. 그러면서 본원으로 불러들이려고 하지만, 단 한 사람도 이에 응하지 않는다.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 자기가 가진 힘을 남용하던 오기자 역시 진실 앞에서 같은 선택을 한다. 노간호사를 찾은 오기자는 그녀로부터 비로소 그날의 진실을 듣는다. 김사부가 왜 스스로 누명을 쓰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까지 이해하게 된다. 같은 시간 강동주 역시 남도일을 통해 그날의 진실을 듣게 된다. 그러나 이 모든 진실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장면에서 작은 차이이긴 하지만 의도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적는다. 오기자가 ‘승패’의 개념에서 자신이 취득한 정보를 김사부에게 제공하는 지점이다. 도원장과의 싸움에서 무기로 쓸 수 있는 차원의 진실. 그러면서 오기자는 마치 뒤늦게라도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해낸 것처럼 으스대는 꼴을 보인다. 사실 그것은 김사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진실이었다.


도윤완이 신회장의 인공심장 교체 수술에 참여했던 스텝들을 초대하여 치하하겠다는 자리에 아무도 참석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을 김사부가 알게 된다. 김사부는 왜 자기는 초대하지 않느냐며 따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 참석하겠다고 하자 다른 돌담 식구들도 함께 가기로 한다.

바로 이 장면에서 멋지게 연출된 <돌담저스>의 모습이 처음으로 나온다. 김사부는 14년 전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나선다.


ⒸSBS TV


제20화의 제목은 ‘낭만 보존의 법칙’이다. 20화는 마지막 회답게 시작하자마자 불꽃이 튄다. 김사부는 오기자가 전해준 증거자료를 들고 14년 전 자신이 바로잡지 못한 부분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한다. 막혀있던 체증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한 김사부의 대사를 여기에 옮긴다. 김사부는 도윤완에게 이렇게 소리친다.


“그냥 닥치고 조용히 내려와! 추하게 버티지 말고 내려와서 네가 싼 똥 네가 치워. 됐냐?”


이 대사는 전혀 우아한 맛은 없지만 그 어떤 대사보다 정확하게 ‘낭만’ 닥터 김사부의 성격을 잘 나타낸다. 강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여린 감정을 가진 김사부가 이렇게까지 강한 어조로 말하는 것을 보면, 그간 쌓였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화에서는 다음과 같은 김사부의 대사도 되풀이된다.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마라.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의 낭만도 끝이 나는 거다. 알았냐?”


‘낭만 보존의 법칙’의 원리를 명백하게 밝히는 대사다.


자기가 불리하다는 것을 감지한 도윤완은 김사부와 거래를 시도하지만, 김사부는 단호하게 거부한다. 분노에 찬 도윤완은 김사부를 폭행하고 그 과정에서 거대한 얼음조각이 김사부를 향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 사고의 후유증은 이어지는 시즌 내내 김사부를 따라다니게 된다.


이후 마지막 회답게 이어지는 상황은 깨알 같은 마무리가 돋보인다. 그 첫 번째는 글의 앞부분에서도 짚고 넘어갔던 진 간호사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윤서정과 진 간호사의 대화에서 진 간호사가 보여주는 아들 사진. 아이가 올해로 다섯 살이라는 진 간호사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아무런 영문을 모르는 윤서정은 해죽거리며 웃기만 한다.


또한 드디어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서는 도인범의 모습도 새롭다. 도인범은 아버지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라 스스로 정체성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보인다. 큰소리로 윽박지르는 도윤완이지만, 도인범은 이미 도윤완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었다.


ⒸSBS TV


마지막 회에 들어선 이 즈음해서 ‘낭만’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수 최백호 씨의 노래를 들으면서조차 ‘멋지다’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도대체 낭만이란 무엇일까 고심해 보지는 못한 것 같다. 사실 중년이 되어서야 <낭만에 대하여>를 들으면서 공감할 수 있었고, 젊은 시절에는 허투루 들었던 <뛰어>를 들으면서 오히려 ‘낭만’이란 단어를 떠올렸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이 드라마의 영문 제목은 ‘Dr. Romantic’이다. 로맨틱의 뜻을 찾아보면 ‘연애의, 로맨틱한’이라고 되어 있다. 주로 연애, 사랑과 관련된 감정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도 로맨스라고 하면 비슷한 이미지이다. 반면에 드라마의 제목과 김사부가 바람 훅훅 불어가며 강조하던 ‘낭만’은 분명히 색깔이 다르다. 아니 색깔은 비슷할지 몰라도 그 명도나 채도 면에서 다르다고나 할까.


낭만을 영어사전에서 검색하면 ‘Romantic’으로 검색되지만 반대로 낭만을 국어사전에서 검색하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1.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 2. 감미롭고 감상적인 분위기”


그렇다. 로맨틱한 분위기와 비슷하긴 해도 사뭇 다른 무엇을 말하고 있다. 마치 판타지를 일컫는 것 같기도 하고 희망이나 미래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건 그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바로 시청자의 몫일 것 같다.


(#1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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