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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헥토르 Nov 12. 2018

야근 때 생각 38

시간: 17:30


나미비아 여행할 때, 차로 오랫동안 내륙을 달리다 보면 노란 사막에 선인장이 군데군데 살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왜 저 친구들은 저런 데서 살고 있을까?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막연한 질문들이 있곤 했었다. 어느 날 TV 프로그램을 보는데, 그런 얘기를 보게 되었다. 어떤 식물학자가 말하길, 선인장이 왜 사막에 사냐고 물어보았단다. 

“선인장아, 왜 사막에 사니?”

“선인장이 사막이 좋아서 사는 것은 아니에요.”

“그럼?”

“선인장이 사막에 사는 이유는 사막이 아직 선인장을 못 죽여서 사는 거래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회사라는 사막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척박하고 숨 막히는 이 회사, 이 곳에 사는 나 같은 회사원들. 이 척박하고 숨 막히는 환경에서 일 한 나 역시 살아남으려고 선인장처럼 가시를 드러내 놓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내가 선택을 했지만 운명을 따라가다 본 이 선택은 나 스스로 선인장이 되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지. 내가 생각했던 그 세상, 울창하고 살아 숨 쉬는 그 자연의 소리는 이 회사에서도 구현은 될 수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나 스스로 선인장이 되어버려 다른 사람에게 무심코 나의 가시에 찔리게 해 아픈 상처를 남겼다면 그것은 참 불행한 일이자, 사과할 일이다. 그런데 심지어 사과조차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지나져 버린 그 순간들이 너무 많아 타이밍을 영영 잃어버린 체 선인장으로 척박한 가슴을 안고 살아간다. 다름 사람의 가시에도 찔리기도 하는 이곳에서. 선인장끼리 어둡고 외로운 이 사막에 서로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이곳 회사. 언젠간 썰렁하고 차디찬 사막의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를 함께 보며 내일을 준비하자고 토닥토닥 거리는 우리의 잃어버린 인간의 모습을 다시 회복하고 나아가 더 멋있는 회사를 만들어 가는 미래를 만들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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