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나 - 말러리안 시리즈 8
죽음과 소녀, 그리고 천국. 어째서인지 공연 내내 머릿속에는 하나의 풍경이 점차 진해졌다. 원더랜드. 길을 잘못 든 앨리스는 어둠을 지나 영원한 원더랜드를 모험한다. 그 모습이 얼핏의 시선으로 보였다.
끝없는 하늘과 녹색빛으로 수놓은 아름다운 세상. 누군가는 천국이 구름 가득한 하늘 위 세계라고 상상할 수 있지만, 영원과 가장 가까운 이곳은 영원했으면 하는 것으로 모여진 염원의 천국. 힘과 권력, 아주 맛있는 브런치, 재미난 티파티, 그리고 언젠가 사그라질 지금을 영원으로 붙잡은 세계. 그곳을 여행하는 가장 유한한 존재는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천국을 살던 존재들은 앨리스의 질문에 물음표를 띄운다.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해할 수 없어서. 그리고 천국이 정해준 행복을 깨트리려는 앨리스를 쫓아 근원를 알 수 없는 분노를 터트린다. 앨리스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그들에게는 상관 없었다.
마음 속 심장도 두근거리는 웅장한 공연. 쏟아지는 음표의 파도를 유영하니 어느덧 내 시선이 채셔 고양이었던 모양이다. 천국의 미움을 사 도망치는 앨리스가 내게 묻는다. "어느 쪽으로 가야하지?"라고. 내가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앨리스는 답을 찾은 모양이다. 자신의 기분을 자신이 정하는 곧은 마음은 이곳에 오래 머무르기에 아쉽다. 마치 내가 그랬듯, 앨리스가 여태 그래왔듯.
결국에는 이루게 되는 여행의 종착지. 누구나 아름다운 그곳에 가길 꿈꾸지만, 누구도 그곳에 먼저 가기를 꿈꾸는 이는 없다. 나는 오늘 원더랜드를 여행했다. 무척이나 동화로운 말러리안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