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닿기를

음악과 나 - 10cm <너에게 닿기를>

by 박준영

월기를 쓰고 일기를 쓴다. 추억하고 싶은 순간은 제대로 담아내고, 기억해야 하는 무언가는 당시의 감정으로 꾸려낸다. 그렇게 별일 아닌 젠장부터 삶을 흔드는 축복까지 차곡차곡 적다 보면 시간이 흘러 나만 재밌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발견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몇 개월 넘게 듣지 않던 노래를 찾아 듣는 일. 아주 좋아했던 기억을 찾아 떠나는 여행.


1년 전 오늘, 눈이 무척 많이 내렸다. 적당히 쌀쌀한 지금의 공기가 어색할 정도로 펑펑. 2년 전 오늘, 큰일이다 싶을 정도로 피곤했다. 이즈음의 나는 매일 이러는 모양이다. 어디 그뿐일까, 평생 연락하겠다 싶었던 사람은 이제 현생에서 만날 방법이 없어진 지 오래다. 그리고 평생 돌아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사람은 자신의 과오를 필요만큼 사과하며 지금도 진심을 건실하게 전한다.


12개로 나뉜 월기를 펼쳐본다. 매월 1일마다 써 내린 제목은 지난달부터 느낀 나의 이번 달 각오. 하나씩 읽다 보면 마음에 품고 있는 말이나 성장이 무엇이었나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따뜻해진 마음을 조금씩 뒤로 넘겨 2024년 끝자락에 써낸 연기를 펼친다. '무척 힘든 해였습니다'가 첫 문장이다. 그랬다, 참 그런 해였다. 야속했다. 미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슬픔 까짓거 웃어 넘기겠다'는 다짐이 그때의 마음을 허상이 아니라고 증명한다.


누군가 그랬다. '좋아했던 걸 쪽팔리게 하는 놈은 죽어야 한다'라고. 요즘 조금 힘든 건지 행복한 건지 불안한 건지 마음의 폭풍이 화살만큼 출렁인다. 그리고 짜잔, 일찍이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용서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애초에 누군가를 쉽게 미워하지도 증오하지도 않는다. 거기까지 이끌려가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데 그걸 쉽게 하겠는가. 절대 아니다. 그렇기에 증오하기 시작한 걸 쉽게 잊지 않고, 미워하기 시작한 건 쉽게 이해하지 않는다. 아뿔싸, 나는 도량이 좁고 배움이 변변치 못하다. 못된 마음이라 그렇다.


쉽게 갈 생각은 없다지만 이렇게 어려우면 야속한 하루가 겹을 쌓는다. 힘겨운 일이 많더라도 고개를 살짝 들면 이렇게 멋진 파란 하늘이 가득한데, 자꾸 별거 아닌 무언가에 치여 소중함을 잃을 때가 있다. 천진난만한 이런 기분도, 신이 나서 날아갈 정도로 웃었던 날도,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키울 수 있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을 넘어서 아주 많은 처음을 받았듯 '소중함'을 이어져 가서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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