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장미를 그리움에 수국을

음악과 나 - 김윤아 5집 <관능소설>

by 박준영

사랑, 슬픔, 기쁨, 괴로움, 그리고 당신이 떠올리는 그것. 세상은 내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을 두고 ‘빠진다’고 표현한다. 사전에 적힌 말은 더욱 잔인하다. 앞말이 뜻하는 성질이나 상태가 아주 심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한다. 뭘 그렇게까지, 하지만 인정한다. 마음의 저울을 움직이는 그 무엇도 균형이 어긋남에 극심한 독으로 나를 갉는다. 하지만 사랑을 비롯한 마음의 요동에 빠지는 일은 썩 유쾌하면서 그러지 못하기 대부분이다. ‘알 수 없다’는 화학적 공식으로 적당히 말하기에 이상야릇한 우울은 천진난만한 멜랑꼴리.


오랫동안 감정과 생각을 곱씹으며 ‘왜 그럴까’를 생각하고 있다. 그것에 빠졌을 때 느낌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기 위해. 부정확함에 패배할 수 없는 발버둥, 그 정도로 슬픈 일일까. 모르겠다. 다만 이것은 뇌에만 기록되는 선율은 더욱 아니다. 폐의 호흡부터 눈의 시력 따위, 오관 및 감각 기관의 작용, 나아가 쾌감의 감각에 뿌리내린 벅차오르는 이 모든 건 하늘색 꽃잎 같은 관능.


“너무 빠지지 말자”. 큰 숨을 작게 쉬며 마음의 저울을 억지로 끌어당기면서도 나이가 들수록 하지 않았던 고민을 하는 경우에 다시금 손끝이 떨린다. 그리워하는 것인가, 그럼 무엇을? 그때의 사람일까 사랑일까 아니면 그저 뜨거웠던 순간일까 정서적으로 차고 흐르던 풍요로움일까. 절대 답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저 막연히 그리워하기에. 그렇게 뛰는 심장을 정상으로 돌리고자 ‘사랑해’라고 중얼거린다. 그 말의 무게가 앞으로 또 얼마나 잔인한지 알고 있으면서도 소리내어 괴롭고 평안하게.


마주하여 잊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기에 진해지는 상상도 있다. 가령 평생 사랑하며 사는 일이 그렇다. 무한한 애틋함도 때로는 증오와 닮아있고, 흐물거리는 그리움은 풋풋한 두려움으로 날카롭다. 행복을 찾겠다며 기쁨의 샘에 빠졌건만 허우적이며 몰아치는 숨은 여전히 길을 잃어 빠져나오지 못하는 나를 캄캄하게 옥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노래도, 무대도, 인생도. 끝이 있다는 건 너무도 아쉽지만 끝이 있기에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 거듭 썩 유쾌하면서 그러지 못하기가 대부분인 그것도 마찬가지. 불안하다. 하지만 또 자유롭다. 젠장. 나에게 익숙해짐이 마음에 들다가도 적당히 내팽개쳐진다. 나와 점점 친해지고 익숙해지는 시간의 축적은 언제나의 이별과 친해져야 하는 불안과 같기에 마음의 저울은 따라가면서 흥미롭고 또 잔혹하다.


지금도 이름을 모르는 꽃들을 다발로 쥐어 치우고 마음의 저울을 움직여본다. 시간이 지났다 생각해서도 기울어져 있고, 여전히 사랑하는 그리움으로도 기울어져 있다. 그저 언젠가의 문득 보이는 수평은 무게추 움직이던 찰나일까, 아니면 아직도 풀지 못한 미련의 당김일까. 장밋빛 하늘이 눈꺼풀을 무겁게 누른다. 울지 않으려 하늘을 높게 바라보다 너무 많은 기억이 관능을 따라 흐른다. 하늘색 따라 아프지 않은 인생빛이길. 그리고 여전히 짧은 인생은 수국보다 장밋빛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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