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디지몬

음악과 나 - 디지몬 심포니: 선택받은 아이들

by 박준영

설레이는 이 마음은 뭘까, 왠자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혹시 꿈을 꾸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질문의 답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나의 질문에 회신하지 못한다. 그저 이 두근거림이 내 평생에 간직할 꿈이라는 정도는 충분히 알고있다.


2000년 늦가을이었던 11월 어느날, 귀를 사로잡는 일렉기타 소리와 함께 비밀의 열쇠를 찾으라는 목소리에 이끌려 나는 디지몬 세계로 빠져들었다.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처럼 분명하고 차근차근한 발걸음으로 빛의 언덕을 따라 선택받은 아이들의 모험은 시작했다.


그 시절 아이들이 대부분 그러했듯 텔레비전에서 디지몬 이야기가 나오는 날이 무척 기다려졌다. 어떤 방송 프로그램 정도로 여긴 수준을 넘어 마음을 몰캉이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파로 건너 듣는 느낌일정도의 셀렘이었다. 그래서 한 번의 빠짐없이 함께 모험을 떠났고,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는 늘어져 다시 못볼 정도로 보고 또 보았다.


그 무렵, 한 편에 모두 담지 못해 아쉽다고 생각한 모험의 파편은 나만의 상상으로 간직하고 있다 노트에 빼곡히 옮겨 적으며 나만의 여행기를 새겨보기도 했다. 그 일이 내 평생 글쓰기의 시작이 될거라고는 아구몬도 몰랐을 것이다.


여느 성장한 모험의 끝이 그렇듯, 세계를 구하고 행복한 미래를 맞이한 아이들은 빛의 언덕에서 여의도로 떠나며 말했다. 안녕, 디지몬, 친구들 모두 안녕.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꿈 많던 개구장이는 카페인 한줌 없으면 머리조차 돌아가지 않는 꿈 많은 어른이 되어 가끔 과거를 추억한다.


오지 않겠지, 추억이잖아. 그렇게 어렴풋 기억하고 사랑한 기억은 잠깐만 하고 말하는 사이 사라진 줄 알았다.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호루라기 소리. 잊고 있었던 그 시절 꿈이 떠올랐다. 코로몬이 태일이를 만나고 그렇게 반가워했던 건 잊지 않았기 때문. 오래간만에 다시 만난 친구들은 변함없이 나를 따스히 안아줬다.


그 시절, 너무 몰라서,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지 못해서, 무척 고마워서 제대로 못한 인사를 오늘에서야 전했다. 안녕 디지몬, 네 꿈을 꾸며 잠들 수 있어 난 여전히 꿈을 꿀 수 있어.


디지몬이 있어 지난 25년이 행복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25년도 디지몬이 있어 행복할거다. 그리고, 다음에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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