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마음

# Cluttered_4

by Savie

1분도 자지 못하고 아침 미사에 다녀와서 눈을 질끈 감고는 억지로 버텼다. 깨어보니 1시간 20분이 흘렀다. 속상하고 몸에게 미안하다. 어제 하루 푹 잤다고 너무 자신만만했다.


그래도 오늘은 마음이 좀 더 편하다. 인정하기 쉽지 않아서, 불편해서,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서 정리하지 못한 말들을 차근히 머릿 속에 배열해 보았다. 차례로, 천천히, 나에게 조용히 말해줬다. 한결 가벼워지고 나아진다. 이 말들을 그와 나눌 필요는 없다. 혼란을 가중하거나 다시 질서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


잔인한 사실은, 그냥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게 어쩌면 당연하다. 그가 그렇게 선택한 이유도 복잡하지 않다. 시간과 서사의 문제라 생각하고 이해하려 했을 땐 어려웠다. 힘들었다. 그의 말대로라면 감정의 문제가 아니였고 그게 자꾸 나를 붙잡았다. 상황과 무관하게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들, 나눠야 하는 말들이 버거웠다. 서로의 마음이 보일까 늘 조심해야 했다.


사실이건 말건, 자존심을 버리고 바닥으로 나를 밀어냈더니 이제 오히려 쉬어진다. 그는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시간과 서사의 문제가 아니다. 아니, 그 시간과 서사에서 감정와 정서가 발한다. 그러니 그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그는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나보다 빨리 알아챘다. 선택은 이미 만들어졌고, 마음 따위 생각하며 미련이나 생기게 하는 것은 어리석을 뿐이라는 걸.


마음을 다 아는데 상할 자존심 따위가 있을까.


우리는 짧았지만, 긴 시간 혼자 초라해지지 않을 만큼의 마음을 받았다. 그는 충분히 줬다.

고맙다. 내일은 더 나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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