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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경 Aug 06. 2015

'오 나의 귀신님' 10회 까지 정주행 후기

이왕 들킬 맘이라면 순애처럼

오랜만에 드라마를 봤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 10시, 월요일이 휴일인 내가 긴긴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시간.

그냥 잠들기가 아쉬워 지금이라도 맥주 한 캔을 사올까 말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드라마나 보자 생각한 것이 시작이었다.


누운 자리에서 1회를 켰고 그렇게 3회까지 보고 나니 새벽 3시가 넘어 있었다.

다음 화를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담고 잠들었더니 꿈에서 까지 봉선이를 만났다. 다음 날 눈 뜨자 마자 드라마를 켜 4회부터 10회 까지 내리 정주행하고 나니 오후 5시 였다. 방영 된 모든 화를 밥까지 걸러가며 본 것이다.


봉선의 거침없는 들이댐과 선우의 애틋한 눈빛으로 버무려진 달달함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어왔을 때

계산없는 솔직함과 용기에 대해서


생각했다.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 만큼은 저것이 답이 구나 싶었다.



<오 나의 귀신님>에는 선우(조정석)를 사이에 두고 두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한 명은 선우의 오랜 짝사랑이자 죽은 절친의 아내였던 잘나가는 PD 이소형(박정아), 나머지 한 명은 처녀귀신인 순애(김슬기)가 씌인 주방보조 나봉선(박보영)이다.


순애가 등장하기 전 이들의 관계는 평행선이었다. 봉선은 스타셰프 선우를 좋아해서 그의 레스토랑에 주방 보조로 들어왔지만 마음을 숨기고, 선우는 오랫동안 소형을 좋아해왔지만 처음 어긋난 타이밍을 어찌하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표현하지 못했다.

그러나 봉선으로 빙의한 순애의 지속적이고 저돌적인 솔직함은 이 일방통행 연애의 판도를 바꾼다.

전적으로 소형에게 유리해 보이던 이 불공평한 줄다리기의 승자가 소형이 아니라 봉선이 되도록 말이다.


사랑의 권력 관계에서 분명 우위에 있었던 소형이 선우에게 마음을 까발릴대로 까발리고도 결국은 봉선에게 선우를 빼앗(?)긴이유는 뭘까.


두 사람의 무엇이 달랐던 걸까.


소형이야말로 쿨한 척 솔직한 척 하는 현실의 여자를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소형은 선우의 마음이 봉선을 향하는 것 같은 기운을 느끼자마자 위기 의식을 느낀다. 선우의 레스토랑에서 소개팅을 해가며 그의 반응을 먼저 살피지만 그의 무덤덤한 듯해 보이는 반응에 더 불안해지기만 한다. 그리고 그 불안함에 기대어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확인하려한다. 술을 마시고 속내를 털어놓고도 기억안나는 거 안다고 둘러치는 선우에게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고, 직구로 고백하고도 거절당하니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이제 쪽팔려서 니 얼굴을 어떻게 보냐다.

이런 그녀를 지켜보면서 나는 솔직한 척 말하고 적극적인 듯 행동하면서 사실은 한번도 마음 끝까지 솔직해 본 적 없는 나를 보는 것 같았다.

할 만큼 했다고 스스로 위로 삼을 만큼만 솔직하고 상처 받지 않을 만큼만 행동한다. 끝까지 용감해지지 못하니 늘 상대를 먼저 떠보거나 도망갈 곳을 마련해 두고, 결정적인 순간에도 바닥에 있는 마음 까진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은 마지막까지 자존심을 내려놓지도, 지키지도 못한 채 사랑마저 놓치고 마는 것이다.


반면에 순애와 봉선은 자신의 마음에 확신이 있다. 순애에게는 한을 풀고 승천하겠다는 목표가 있고 봉선은 선우의 마음을 얻겠다는 간절함이 있다. 어찌보면 그녀들의 목적은 불순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봉선으로 빙의한 순애는 마음 표현하는데 있어서 만큼은 거짓이 없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도 거스름이 없다. 귀신이기에 뒷 일을 계산할 필요도 없고 또한 한 번 죽어 봤기에 인간의 시간이 얼마나 짧은 것 인 줄도 안다. 그래서 그녀의 행동에는 계산이 없으며 표현하는 그대로가 자신이다. 상처받을까 쪽팔릴까 거절당할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솔직함으로 끝내는 사랑을 얻고 사랑에 빠진다.  


결국, 봉선이 선우의 마음을 얻고 사랑에 빠질 수있었던 건 계산없는 솔직함과 자신이 원하는게 무엇인지에 대한 확신,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든 상처받을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귀신에 씌이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잴 일도 따질 일도 많다. 확신이 어렵고 상처가 두렵다. 그래서 땅에 발딛고 선 현실에선 확신을 가질 만한 사랑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드라마다.


하지만

<오 나의 귀신님>을 보면서 깨달은 점은

적어도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사랑임을 알았다면 그리고 어차피 꽁꽁 숨기지 못하고 들킬 마음이라면 이왕 들킨 것 끝까지 드러내야 한다는 거다.


이미 틀킨 마음을 조금 숨겨 보겠다고 계산하고 몸사려봤자 지켜지는건 자존심과 사랑이 아니라 더 큰 상처와 실연일 뿐이다.


언제나 사랑의 승자는

온전히 다 내어 준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면서 11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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