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불혹'을 들으면서
나에게 최백호라는 가수는
우리 아빠의 노래방 애창곡 <영일만친구>를 부른 옛날 가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많은 가수들이 <낭만에 대하여>를 다시 불렀을 때도 '도라지 위스키와 마담'이라니 라고 생각한 게 다 였다.
그러다가 얼마 전 우연히 에코브릿지의 <부산에 가면(with.최백호)>을 들었을 때 '어?뭐야 너무 좋잖아' 했고, 얼마 뒤 스웨덴세탁소의 <두 손,너에게(feat.최백호)>를 들었을 때는 눈물이 툭 떨어졌다.
"너의 세상은 너를 감싸고 있다고
그대로 인 것 같아도 너는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별을 찾아 눈을 깜박이는 너는 아름답다고"
나직하게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어리광 부리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내 속의 어린 나를 부드럽게 어렀다.
그의 목소리는 세월을 풍파를 겪어내고 단단해진 어른의 것이었기에 그의 위로는 진한 진심으로 들렸다. 그래서 불안하고 답답할 때면 그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그러고나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아빠의 가수였던 최백호가 나의 가수가 되었다.
그의 앨범 <불혹>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바다 끝>이라는 곡인데 노래의 처음에 '머언-' 하고 떨리는 목소리 부터 마지막 부분의 툭 떨어지는 듯한 '몰라' 까지 한음 한음 모두 아름답다. 몇 번이고 다시 들어도 그렇다.
그가 노래한 사십 년의 세월. 켜켜이 쌓인 불혹의 목소리.
유연하고 단단한 그의 새로운 노래들을 오래도록 더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낭만에 대하여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될 까지도.